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주일 전인 지난 15일 자당 출신인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재임 시 과오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민의 40% 이상이 긍정적 평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도보수의 결집과 혁신을 통해 과거의 실책을 청산하고 보수재건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대구는 경북과 함께 대한민국 보수의 심장인 동시에 국민의힘의 최대 지지기반이다. 만약 이번 사과에 대해 대구시민의 반응이 냉담했다면 보수가 향후 진로를 두고 또 한번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보수가 나아갈 방향이 보다 뚜렷해졌다. 탄핵사태를 넘어 중도계층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스리서치가 최근 대구시민 1천2명을 대상으로 김 비대위원장의 사과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잘한 발언이다’ 44.1%, ‘잘못한 발언이다’ 39.2%, ‘잘 모르겠다’ 16.7%로 나타났다. 찬성과 반대의 차이는 4.9%포인트로 오차 범위 내지만 보수의 기반인 대구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는 응답이 더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3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부정적 평가보다 많았다. 보수 성향이 다른 어느 연령대보다 강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60대 이상에서도 잘했다(42.6%)는 응답이 잘못했다(38.6%)는 응답을 4.0%포인트 앞섰다. 20대에서는 잘했다(48.4%)와 잘못했다(32.0%)의 격차가 가장 컸다.

그러나 30대에서는 예상과 달리 잘못했다(49.9%)가 잘했다(36.3%)보다 13.6%포인트나 높았다. 이는 향후 보수야당이 젊은 계층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한지 풀어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의 사과문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를 초래한 정경유착 비리와 국정농단 사태 등에 대해 강한 수위의 사과와 참회를 담았다. 사과, 용서, 반성과 같은 단어만 10여 차례 언급됐다. 동시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당의 근원적 개조와 인적 쇄신을 다짐했다.

국민의힘의 대국민 사과가 조금 더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쇄신과 자정의 약속이 단순한 메시지에 그쳐서는 안된다. 가능한 빨리 행동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과제다.

그래야 현 정권의 잇단 실정에도 불구하고 보수로 넘어오지 않고 표류하는 중도층 민심을 잡을 수 있다. 국민들은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과가 보수의 환골탈태를 이끌어내는 새 출발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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