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일반

강소농 현장을 가다 <77> 표고다해농원

두 손으로 키우고, 두 발로 판매하는 청춘농부의 표고버섯
향기롭고 쫄깃한 식감으로 입맛 유혹하는 표고버섯의 참맛
대학시절 교양 과목으로 공부한 버섯이 평생의 직업으로



양다혜(오른 쪽)·김종겸 공동대표가 배지에 탐스럽게 자란 표고를 들어 보이고 있다.


‘부처님 귀 모양의 향긋한 버섯, 고목 등걸에서 커 나왔는데, 따다가 솥에 넣고 우려낸 그 맛, 연하고 부드럽기 고기보다 훨씬 낫네… 산속에서 접한 두 가지 별미, 손님 체면 불고하고 더 달라 청하였네…(일부 발취)’

조선문학의 4대가(四大家)로 손꼽혔던 ‘장유(1587~1638년)’가 무주의 적상산에 올랐다가 큰 비를 만나 절에서 사흘 동안 머물렀다.

그때 스님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고 그 맛을 예찬한 ‘증적상산승’이라는 시(詩)다.

체면을 중시하던 조선의 선비가 염치불고하고 더 달라고 청한 버섯이 있다.

귀 모양을 닮았다고 했으니 ‘운지’나 ‘영지’를 생각 할 수 있으나 식용이 아니라 약용이었다.

장유가 그 버섯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지만 ‘향긋한 버섯, 고목등걸, 부드러움, 고기보다 좋은 맛’ 등을 이야기한 점을 조합해보면 ‘표고버섯(이하 표고)’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표고는 예전부터 향과 맛, 식감은 물론 각종 효능을 인정받은 먹거리였다.

김천에서 표고를 재배하는 강소농을 만나본다.

‘표고다해농장’을 운영하는 양다혜(40·여)·김종겸(45) 공동대표가 주인공이다.

부부는 1천㎡ 의 재배사에서 표고를 재배해 연간 4천5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양다혜 대표가 한창 자라고 잇는 표고를 살펴보고 있다.


◆ 표고는 부부의 케미

남편인 김 대표는 부천에서 실내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가 2013년에 귀농했다.

아내인 양 대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었다.

농사와 무관하게 보이던 부부가 귀농해 표고를 재배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김 대표의 건강이 이유였지만 오래전부터 그 인연의 끈은 이어져 있었다.

그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면서 교양 과목으로 버섯을 공부했다고 한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캐나다의 버섯농장에서 1년 동안 교민들의 정착 업무를 지원했었다.

귀국 후에는 전공을 살려 실내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버섯과는 멀어졌으나 건강이 나빠지면서 귀농을 생각했다.

당연히 아내인 양 대표는 반대했다.

하지만 가족의 건강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결국 승낙했다.

처음에는 ‘새송이버섯’ 재배를 생각했으나 시설비 등을 고려해 표고로 바꿨다고 한다.

대학시절 교양 과목으로 공부한 버섯이 부부를 농촌으로 이끈 것이었다.

젊은 부부의 귀농을 주변에선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개의치 않고 표고 재배에 몰두했다.

표고를 공부하고,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가 있었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도 따라왔다.

“이른 새벽에 재배사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밀려오는 향긋한 표고의 향을 맡으면 전날의 피로가 싹 사라진다”며 “일은 힘들지만 표고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하는 양 대표의 얼굴에는 언제나 밝은 미소가 가득하다.

양다혜 대표가 배지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버섯 솎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고품질의 버섯을 생산하기 위해서 배지에 6~7개를 남기고 모두 솎아낸다.
◆ 표고는 어떤 버섯?

표고는 우리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한 버섯이다.

삼국사기에 웅천주(공주)와 사벌주(상주)에서 표고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시대에도 우리의 밥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성덕왕 시대에 이미 목균을 이용해 재배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표고가 우리의 식재료로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쫄깃한 식감과 구수한 맛에다 향이 입맛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가격이 저렴한 점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효능은 너무나도 많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렌티난’ 성분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

이 때문에 FDA는 2004년 표고를 10대 항암 식품으로 선정했다.

‘에리타데닌’ 성분이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심장학회는 2007년 고혈압 예방 효과가 있는 10대 식품으로 뽑았다.

체면을 중시하는 조선의 선비가 체면치레도 벗어 던지게 만든 것은 맛과 향 어우러진 표고의 참맛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종겸 대표가 배지에 고압 분무기를 이용해 물주기 작업을 하고 있다.


◆ 표고는 손과 땀의 결정체

표고 재배는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잔손질이 많다는 것.

특히 어린 버섯솎기와 수확이 그렇다.

반면에 온도와 습도를 맞추면 대체로 잘 자란다.

20일 정도면 수확할 수 있다.

수확 후에는 일주일 정도의 휴지기를 거친 후 2차 재배에 들어간다.

보통 4차까지 수확이 가능하지만 다해농원에서는 3차까지만 수확한다.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어린 버섯 솎기작업은 섬세하면서도 힘든 작업이다.

2㎏ 정도의 배지를 일일이 들어 만지면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품질을 위해 배지에 6~7개의 버섯을 남기고 모두 솎아 낸다.

물주기 작업도 만만찮다.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나 분무기를 사용하지만 배지에 물을 빨리 흡수시키기 위해 일일이 구멍을 뚫어주는 타공 작업을 해야 한다.

하우스 한 동에 있는 3천 개의 배지에 구멍을 뚫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팔을 놀려야 한다.

한번에 20개의 구멍을 뚫을 수 있는 타공기를 김 대표가 개발한 덕분에 노동력을 많이 줄였다.

양 대표는 “표고는 두 손으로 키우고, 두 발로 뛰어서 판매한다”고 말한다.

수많은 손길을 거친 후에야 식탁에 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과 땀의 결정체라는 말이다.

올 여름에는 긴 장마로 1차 수확만 마친 배지 3천여 개를 폐기해 700만 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래도 부부는 조금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면서 웃는다.

양다혜 대표가 표고를 슬라이스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슬라이스로 만들어서 건조한단.


◆ 믿음을 파는 농장

양 대표는 요즘 ‘표고가 아니라 믿음을 판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고객들이 신뢰하는 표고를 판매한다는 말이다.

맛과 향이 살아 있는 신선한 표고를 판매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신선도는 보관시간과 직결되기 때문에 재고가 없는 농장을 표방한다.

수확 후 즉시 배송이 원칙이다.

생산량이 많은 봄과 가을에도 저온창고에서 일주일 이상은 보관하지 않는다.

생산량이 많을 때는 슬라이스나 큐브 형태로 바로 건조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수확해 배송하기 때문에 ‘향과 식감이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판매하면서 품질과 상태에 대한 내용을 손 편지로 전달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품질이 조금 떨어진다. 다음에 더 좋은 표고로 보답하겠다’는 등의 솔직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진심이 느껴진다.

이런 솔직함에 고객들도 격려의 인사를 전한다.

초기부터 다해농원의 표고를 구입하는 ‘송△칼국수집’ 주인은 “언제나 신선한 표고를 팔기 때문에 믿고 거래한다”고 말한다.

표고를 이용한 요리를 개발하고, 레시피를 전달하는 것도 고객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다.

표고 가래떡과 표고밥 등의 레시피를 함께 보내면 ‘이런 방법도 있느냐’며 신기하고 고맙다는 문자 메시지가 이어진다.

자신이 알고 있는 레시피를 보내는 고객도 있다.

잘 자라고 잇는 표고버섯 모습.


◆ 작은 나눔

부부는 지난해부터 작은 나눔을 시작했다.

농촌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들을 보듬어 준 지역사회에 작지만 보답한다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지역에 있는 ‘늘△△△요양원’에 표고을 기부하는 것이다.

지난날 국가와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한다는 마음에서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정성들여 키운 표고를 맛보여 주고 싶었단다.

한 번에 보내는 양은 30~40㎏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도 표고를 계속 보낼 생각이다.

양 대표는 딸과 함께 소아암 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기부에도 참여하고 있다.

1차에 이어 2차 기부를 준비 중이다.

머리카락 길이가 25㎝ 이상이 돼야 하기 때문에 한 번 기부하는 데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재배를 마친 폐 배지를 과수농가에 퇴비용으로 무상 제공하는 것도 이웃과의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이다.

앞으로는 복지시설에서 미용봉사를 할 계획도 세웠다.

◆ 표고체험 농장 운영

부부의 꿈은 크고 많다.

‘규모의 경제화’를 위해 농장을 확장하고 체험농장으로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다.

재배사를 3천300㎡ 정도로 확대해 소득의 안정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또한 단순 생산에서 벗어나 가공과 체험을 통한 6차 산업화도 준비 중이다.

표고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표고의 소비도 확대하겠다는 목표에서 나온 생각이다.

탐스러운 표고를 수확하고 슬라이스로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표고를 이용한 피자와, 쿠키, 계란말이, 떡, 탕수 등의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누어 먹음으로써 어린이들이 표고와 가까워지는 게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농장 확장이 마무리되면 팜파티를 개최해 고객들에게 표고의 모든 것을 보여 주면서 농촌에서 힐링의 기회를 공유하겠다고 한다.

▲ 농장명: 표고다해농원

▲ 대 표: 양다혜. 김종겸

▲구입문의: 010-2311-7515

▲ 소재지: 경북 김천시 조마면 신안길 222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ahye486/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 전문위원)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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