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또 심상치 않다. 서민주거안정을 최우선적으로 달성하고자 지난 7월 말 개정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전세난과 풍선효과 등으로 인한 가격 재상승이라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 탓에 연말인 지금까지도 슈퍼불장, 영끌 등과 같은 부동산 시장 관련 신조어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슈퍼불장이란 말 그대로 지금까지 흔히 경험하지 못했던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주택가격까지 모두 크게 상승하는 것을 말하는데 지금 국내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한편,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매매는 물론 전월세에 이르기까지 국내 주택시장이 안정되지 못하고 슈퍼불장이 이어지니,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자금을 마련해 주택을 구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런 신조어를 대할 때마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슈퍼불장에 영끌이라도 해서 원하는 곳에 평생은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생활할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이들은 무주택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끌이란 행위가 급등하는 주택가격에 당황해서 갑작스럽게 주택을 구입하게 되는 이른바 패닉바잉(panic buying)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당장 그렇게 라도 해서 주택을 구입하라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그렇게 해서 자기 집을 마련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원금은 물론이고 갚아야 할 이자를 생각하면 아무리 저금리라 해도 영끌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 거짓말이고, 내 집이지만 내 집 같지 않은 우울한 생각이 들 긴 마찬가지다. 거기에다가 갑작스럽게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해야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부동산 블루(blue)라는 신조어다. 치솟는 주택가격에 우울한 것은 무주택자들뿐 아니라 무리해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소수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특히나, 무주택자들은 치솟는 전월세 가격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옮겨 생활할 곳을 찾기 어려워 더 우울하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얼마 남지 않은 올 해가 지나고 내년 봄 이사철이 돌아오면 이런 문제들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말끔히 사라졌으면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문제의 원인을 공급부족에 있다고 보는 시장과 이기적인 시장 주체들 때문이라는 정책당국의 입장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정책당국이 공급부족이라는 현상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신도시계획이나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장단기에 걸쳐 주택공급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긴 하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정책당국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늘 이야기하지만, 원하는 곳에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원하는 만큼 공급될 것이라는 신호와 함께 시장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적절한 규제정책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물론이고 들끓는 부동산 민심을 가라 앉히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애써 현실을 부정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누구 탓을 해봐야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만 더 답답하게 해 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 주말에 깜짝 발효된 개각안에 대해 시장과 우리 국민 개개인들이 거는 바는 여느 때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장관 후보자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택정책 관련 연구자이자 주택수급 현장 실무 책임자로서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가진 전문가라고 하니, 현재의 시장 분위기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정책 대응 방향 또한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실천할 것으로 또 한 번 기대 해봐도 좋지 않겠는가.

아무쪼록 곧 다가올 2021년에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되찾아, 더 이상 부정적인 신조어가 유행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울러 기승전부동산이라는 시장에 만연된 기대감도 함께 사라졌으면 하고 바래 본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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