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2월 열린 올해 수능…응원전 사라졌지만 각자 조용한 응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코로나19 여파로 수식어도 많고 해마다 열렸던 수능에 비해 달라진 점이 많다. 매년 11월에 열렸던 수능이 12월에 열렸다. 수능날 시험장 앞 풍경도 바꿔놓았다. 시끌벅적한 응원전은 사라졌다. 각종 단체의 봉사활동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제실력 발휘’를 바라는 학부모, 시민의 마음은 똑같았다.
어둑어둑한 상황 속에서도 벌써부터 수험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줄 서 있던 5~6명의 수험생은 빠르게 시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열 체크 등 별도의 사전 절차가 생겨남에 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험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등교를 서두른 것이다.
시험장 앞은 단체응원이 사라져 한산하고 고요했다. 수험생은 시험장 앞에서 한숨을 크게 내쉬거나 파이팅을 외치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정신 무장했다.
“삐빅” 소리에 교사와 학생 모두 민망한지 계면쩍은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다시 측정한 온도가 정상 온도로 나오자 학생은 한시름 놓은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경북고에는 발열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을 격리하고자 5개의 교실이 별도로 마련됐다. 이날 발열 체크 1차에서 37℃가 나온 한 학생이 10분 후 재검사에서도 37.5℃를 기록해 격리됐다.
같은날 오전 7시께 서구에 있는 달성고등학교.
한 교사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안내는 처음이다”며 “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시켜 건강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가격리자가 시험을 치르기로 예정된 대구시교육청 교육연수원 앞은 길가에 ‘수험생 하차 구역’ 표지판이 설치됐다.
7시10분께 보호자로 보이는 차량에 탑승한 첫 수험생이 도착했다.
조금은 긴장한 표정으로 차량에서 내린 수험생은 이내 마음을 다 잡고는 곧장 입실 도움을 받아 건물로 들어갔다.
119구급차의 지원을 받아 시험장으로 도착한 학생들도 여럿 있었다.
보호자들은 본인들의 차로 구급차 뒤를 따라와 자녀가 무사히 입실하는 것을 지켜보고 이내 자리를 떴다.
재수생 자녀를 배웅한 박모(51)씨는 “낯선 환경에서, 심지어 홀로 떨어져 시험을 치르는 자녀가 걱정되지만 노력한 만큼 꿋꿋이 이기고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장 앞 응원전은 자취를 감췄다.
학부모 임세연(48·여·동구)씨는 “동구에서 이른 아침부터 딸아이, 딸의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타고 왔다”며 “날씨도 춥고 코로나로 인해 걱정스런 마음에 딸아이를 혼자 보내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시험장에 들어가는 자녀들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도시락도 혼자 먹어야 한다”, “혹시나 필요한 게 생겨 다시 나오는 것은 아닌지” 등 대화를 나누며 교문이 닫힐 때까지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대구여고 앞은 학부모들과 수험생 자녀들이 서로를 아끼는 모습을 연출해 수능 한파를 무색하게 했다. 한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딸을 껴안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도시락을 손에 쥐어줬다. 그는 시험장으로 향하는 딸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며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