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날이 점점 추워진다. 한라산에 눈발이 날린다는 소식이다. 아이들의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아이들의 입술에는 어느새 작은 물집들이 생겨나 부풀어 터졌다고 한다. 그동안 말은 안 했어도 얼마나 마음을 졸였으면 그럴까 싶어서 가슴에 가시가 박힌 듯 아프다.

고3 수험생들의 확진 소식이 들려오자 인터넷에서는 수능 연기라는 단어가 떠돈다. 며칠 전, 충북 청주에서 고3 학생이 확진돼 학교 관련자가 모두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3일 전에도 전남 여수의 고3이 확진 판정을 받아 같은 학교 학생 수백 명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고, 이날 세종에서도 고3 확진자가 나와 전교생이 검사를 받았다. 수능 전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지 않자 일각에서는 수능을 연기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수십만이 모여서 시험을 보고 그를 감독하는 인원까지 합치면 더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서 장시간 있게 되다 보니 혹여 코로나19 발생이 심각하게 될까 우려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미 2주 연기한 수능을 준비하느라 힘들었을 수험생의 고충을 생각해서라도 아무쪼록 시험을 무사히 치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아이가 시험을 잘 봐서 원하는 학교에 떡하니 합격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다 한결같지 않겠는가. 얼마나 간절하겠는가.

아이를 잘 아는 지인들이 마음을 담은 센스 있는 선물을 보내온다. 수능 경험을 먼저했던 친구는 손목시계를 사주었다. 수능 시험장에는 시계가 없었다고 한다. 시계가 실제 시간과 다를 수도 있고 또 시계 초침 소리가 수험생을 방해할 우려로 시계를 치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많은 수험생은 개인 손목시계를 가지고 간다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시계는 요즘 같은 스마트폰 시대에 흔하지 않고, 실용적인 선물이 되지 않겠는가. 수능이 끝나고 성인이 돼서도 손목시계는 필요할 수도 있을 터이니, 그야말로 센스 있는 선물이 될 것 같다.

한 친구는 자신이 직접 만든 초콜릿이라며 예쁘게 포장해 보내주었다. 달달한 초콜릿을 먹으며 학업 스트레스도 풀고 두뇌 회전을 돕는 혈당도 충전할 수 있도록 수시로 챙겨 주기를 당부하면서. 그가 만든 초콜릿은 정말이지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공부하는 중간에 꺼내서 요깃거리로 먹으면 안성맞춤 사랑의 간식이 될 것 같다.

초콜릿 포장지에는 갖가지 합격 기원이 다 적혀있다. ‘합격 기원’, ‘합격 예감’, ‘굿 럭 투 유! 합격 기원’, ‘합격의 맛’, ‘합격 소망’, ‘딱 붙 엿 츠’…. 초강력합격에너지를 총동원한 그의 정성에 감동해 신통방통 시험을 잘 보기를 기원한다.

예전에는 엿이 주된 합격 기원 선물이었다. 한 지인은 아침 일찍 원하는 대학 교문 기둥에 엿을 붙여둬서 합격했다고 자랑하곤 한다. 그런 경험을 했던 나이 지긋한 세대에게 시험을 보는 수험생에게 가장 기본적인 기원 선물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바로 엿이지 않겠는가. 어디에나 딱 붙는 엿의 특성으로 대학에 딱 붙자는 의미가 담겨있어서 조선 시대에도 과거장에서 조청을 마셨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엿은 뇌에 포도당을 공급해줘서 시험을 보는 수험생의 두뇌 회전을 촉진하는 역할도 하니 좋은 선물이 될성싶다.

날씨가 귀신같이 시험 있는 그 날짜를 기억하나 보다. 마음도 떨리고 몸이 바짝 긴장돼 있을 아이들이 이렇게 추운 겨울에 시험을 봐야 하니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따끈하게 몸을 데워 줄 핫 팩을 준비해서 보낼까. 예년보다 2주 연기돼 12월 한겨울 추위 속에 보게 되는 수능이라. 추운 겨울 아침, 일찍 시험장에 가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핫 팩을 준비해 마음이라도 든든하게 데울 수만 있다면 그래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시험 잘 보도록 전해 주고 싶은 것들, 이것저것 따져보다가 선택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만능 세트가 등장했다. 어떤 것으로 할까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것, 바로 ‘수능 선물세트’라는 선택지다. 초콜릿, 엿, 핫 팩 외에 떡, 에너지 드링크 등 수험생에게 필요한 여러 선물을 한 곳에 모아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만 하면 된다.

만능 수능 선물세트를 고르듯이, 우리 모두에게 신기한 초강력합격에너지를 파 파 팍~! 전하고 싶다. “마음에 드는 답을 고르기만 하면 그것이 바로 ‘정답!’, 몰라서 찍어도 ‘정답!’, 펜이 가는 곳마다 ‘정답!’, 그리하여 ‘대박!’ 이 나기를.”

모두 최상의 컨디션으로 안전하게 최적의 인생 답을 맞힐 수 있기를.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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