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대구시 달서구

인터넷의 생활화와 함께 누리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는 댓글문화는 오래 전부터 보편화됐다. 옛날의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댓글문화는 흔히들 ‘사이버 민주주의’로 표현하기도 한다.

댓글문화는 현대인들에게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신속한 정보교류의 장을 열어 주었다. 참신한 아이디어 제공이나 대안제시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순기능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익명성으로 인한 부작용 또한 크다.

인터넷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유명인을 아무 근거 없이 비방하고 매도하는 악성 댓글이 지금도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인터넷 악성 댓글로 안타까운 일이 터질 때마다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동안 변한 것은 별로 없다.

악성 댓글의 공격 대상은 비단 유명인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개인에게는 침묵의 살인자이자 사회적으로는 공론의 소통을 막는 암적인 존재가 됐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갈등이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져 사회 구성원 사이의 골을 더욱 깊게 하는 사례도 자주 일어난다.

악성 댓글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보호받아야 할 정상적인 의사표현이 아니다. 이로 인해 자살하거나 우울증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악성 댓글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악성 댓글 피해가 커지면서 최근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여러 설문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전향적으로 재검토해 주길 바란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 이용자 개개인의 윤리의식이다. 인터넷 이용자 모두는 건전한 인터넷 윤리의식을 가지고 악성 댓글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인터넷을 사용해야 한다. 학교나 단체에서도 인터넷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또한 병행돼야 할 것이다.

생각 없이 올리는 나의 댓글 한 줄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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