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지금은 통합신공항을 추진해 나갈 때다

“참으로 이해 못할 일은 눈 뜬 사람이 제 앞도 못 보는 장님에게 앞날을 물어본다는 겁니다.” 언젠가 독일 유학을 다녀온 선배가 이해 못할 한국인의 풍습이라고 지적받았다며 웃었다. 우리에겐 그런 풍습이 있었다. 장님에게 육체적인 시력 대신 앞날을 내다보는 신통력이 있다고 믿고(또는 믿고 싶고) 그래서 그에게 앞날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캄캄하고 답답하면 그럴까 하지만 바로 지금이 그런 심정이다.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 신공항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전면 재검토하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말을 두고 해석이 참으로 어렵다.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김해 신공항 건설을 저지하려는 부산 측 정치권은 기다렸다는 듯 김해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이젠 가덕도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게거품을 문다. 여기엔 여당도 야당도 학계도 언론도 시민들도 모두가 한목소리다. 검증위의 발표 어디에도 김해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라는 말도 없고 더구나 대안으로 가덕도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말도 없었다. 그야말로 자가발전이다.

문제는 여기에 야당인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깃발을 치켜세우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야당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선수치자 여당에서도 특별법을 낼 테니 같이 논의하자고 맞받았다. 오로지 내년의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이듬해 있을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행보로 보일 뿐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시장과 도지사가 앞장서고 시민과 도민이 합세해서 이뤄낸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자칫 도상훈련에 그칠 공산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김해신공항을 확장하는 대신 가덕도 신공항을 국비로 건설하고 그 규모를 대구경북 항공수요까지 잠식 가능하도록 대형화한다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건설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일어서기도 전에 주저앉아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대구경북통합공항을 경북의 군위 의성으로 이전하자고 합의하는데 걸린 시간과 수고에 비하면 참으로 초스피드로 진행될 것 같아 더욱 그렇다. 모든 것이 ‘그들’의 계획대로 된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걸프전 이후 소련이 해체되고 독립국가연합이 출현한 1992년, 일본의 과학, 문화, 사회, 도시문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소프트 테크놀로지 그룹이 다가올 21세기를 예측한 연구백서 ‘10년 후’를 펴냈다. 이 책에서 예측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와 일자리 문제 등은 이미 우리에게도 현실화 됐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2020년 현재 확인해보니 많은 예측들이 싱거운 상상력에 그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무섭게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맞았지만 디테일한 각론에 들어가면 많은 부분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업과 항공은 웰빙과 생활패턴의 변화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만 대형공항 중심의 장거리 비행이 아니라 도시 중심의 중소형 공항을 이용한 관광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지금 코로나19가 세상을 뒤죽박죽 흔들어 놓고 있다.

세상은 우리가 예측하고 바라는 대로 변화하지만은 않는다는 거다. 멀쩡하게 건설되던 원자력발전소가 정권이 바뀌니 갑자기 중단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가동되던 원자력발전소도 중단시키는 것이 권력의 힘이다. 압도적 지지를 받고 당선된 대통령이 임기도 못 채우고 쫓겨 내려오고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변수를 어디 예상이나 했던 일인가. 그것은 인공지능(AI)도 예측하지 못한 것이며 빅 데이터도 내놓지 못한 결과다. 그런 돌발 변수는 많은 부분에서 계획과 예측을 빗나가게 만들었다.

말만 요란했지 계획에 그치고 말 일들이 또 얼마나 생겨날 것인가. 오죽하면 영국 옥스퍼드 랭귀지는 올해의 단어를 하나만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의 방향과 정도가 다양하고 크다고 했을까.

그렇다면 가덕도 공항 주장은 하나의 시간벌기일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힘들게 얻어놓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더 늦어지지 않도록 착실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적어도 또 다른 변수가 뒤흔들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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