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이슈추적/ 김해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김해신공항 사업을 두고 우려하던 일이 결국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의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발표가 사실상 김해신공항의 백지화 결정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에서 이에 보조를 맞춘 듯 가덕도신공항 사업 재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내에 가덕도신공항추진단을 구성하고 11월 중에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 소속 부산지역 국회의원 15명도 20일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공동발의 하면서 가덕도신공항은 이제 입법 절차만 남겨두었을 뿐 사실상 본궤도에 오른 거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해신공항의 백지화 이후 영남권에서는 부산, 경남, 울산과 대구, 경북 간에 예상대로 상반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부산에서는 가덕도신공항을 국가 균형발전을 유도할 핵심 기반시설로 보고 구체적 준비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대구, 경북에서는 이미 결정된 국책 사업을 명확한 근거조차 없이 무산시킨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대구·경북민들은 동남권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10년 넘게 갈라졌던 영남권 민심이 5개 광역지자체의 합의에 의해 가까스로 봉합된 것이 불과 몇 년 전인데, 이를 정부, 여당이 뒤엎어 다시 영남 민심을 갈라놓는다는 게 과연 국정을 책임진 집단에서 할 수 있는 일이냐고 분노하고 있다.

국책사업이 정치 논리에 의해 뒤집어질 수 있을 거란 의혹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로 인해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김해신공항 결정 이후 잠잠하던 ‘가덕도신공항’ 이슈가 구체적으로 다시 거론된 것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였다. 당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이를 공약으로 내걸며 여론몰이를 했다. 그 후 문재인 정부는 부산시가 경남도, 울산시와 함께 김해신공항의 적합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재검증을 계속 요구하자 2019년 12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검증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대구·경북에서는 일각에서 이런저런 정치적 의혹이 제기됐지만 설마설마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수십 조를 투입하는 대형 국책사업이고 이미 중립적인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를 거쳐 결론이 난 사안인데 아무리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다고 해도 정부가 설마 이를 뒤엎을까 하는 상식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그 의혹을 더 키울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산시장이 4월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전격 사퇴하면서 내년 4월에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김해신공항 백지화,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움직임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예정된 수순인 것처럼 진행되고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겠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산에서 구상하는 가덕도신공항 청사진을 보면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규모로 실질적인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당연히 여기에 유럽과 미주 지역을 오갈 수 있는 중장거리용 대형 여객기가 취항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남권 전역을 배후로 하는 물류 허브공항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만약 부산시의 이 구상이 현실화하면 현재 이전지만 결정해 놓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경우 가덕도신공항과 여객과 물류 수송 등 여러 측면에서 중복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배후 인구와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작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타격을 받게 되리란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현 상황에서 고민은 대구·경북으로서는 대응 방법이 마뜩잖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역의 의견도 분분하다. 김해신공항 사업을 계속 주장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아예 원점에서, 즉 밀양, 가덕도 두 곳을 놓고 논의했던 시점으로 돌아가 동남권신공항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리고 가덕도신공항을 수용하는 대신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국가에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김해신공항 백지화 그리고 정부 움직임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에서 17일 ‘김해신공항은 안전, 시설 운영 및 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수삼 검증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사업 확정 당시 비행 절차 보완 필요성, 서편 유도로 조기 설치 필요성, 미래 수요 변화 대비 확장성 제한, 소음 범위 확대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 국제공항의 특성상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매우 타이트한 기본계획안이라는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검증위 발표가 나오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바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고 ‘후속 조치 계획을 면밀히 마련해 동남권신공항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주관 부처인 국토부도 같은 날 ‘검증위 검증 결과를 수용하겠다. 조속히 후속 조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대구·경북에선 강력 반대

지역에서는 대구시, 경북도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정치권까지 합세해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7일 공동입장문을 통해 ‘510만 대구·경북민은 1천300만 영남권 시·도민의 염원이자 미래가 달린 김해신공항 건설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절차에 대해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도 공동입장문을 내고 ‘월성 원전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경제성 평가가 뒤바뀌어 영구폐기에 이른 것을 기억한다. 김해신공항도 아무 권한이 없는 총리실 검증에 맞춰 백지화 수순을 밟는 건 국책사업을 신뢰하는 국민에 대한 횡포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비판했다. 통합신공항대구시민추진단과 대구경북하늘길살리기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이미 결정된 국책사업이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며 정부 발표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 동남권신공항과 김해신공항 확장

동남권신공항 사업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공론화된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대선 후보마다 공약으로 이를 내걸었다. 동남권신공항 사업이 지역에서 얼마나 예민한 사안이었는지는 입지검증 연구용역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아직 공론화되기 전인 김대중 정부 때 처음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을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 때 두 번, 이명박 정부 때 두 번, 그리고 박근혜 정부 때 한 번 등 여섯 차례 진행됐다. 여기에 최근의 김해신공항검증위 검증까지 더하면 총 일곱 차례나 된다.

이 과정에서 동남권신공항 사업은 된다, 안 된다는 말만 오락가락했고 지역 여론은 분열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때인 2011년 4월에는 당시 최종후보지였던 가덕도와 밀양 모두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사업 자체를 아예 백지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산될 뻔했던 동남권신공항 건설은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공약하면서 다시 살아나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될 거란 기대가 커지면서 수십조가 투입되는 동남권신공항 사업은 영남권 5개 지자체에는 지역 발전을 위해 절대 놓칠 수 없는 사업이 됐고, 그만큼 지역 갈등은 격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2015년에는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 단체장이 모여 국익을 위해 전문기관의 입지선정 용역 결과를 수용하자는데 합의하고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서 입지선정 용역을 진행해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당시 발표된 ADPi용역 결과에 따르면 사업비가 김해신공항이 4조3천억 원, 밀양신공항(활주로 1본)이 4조7천억 원, 가덕도공항(활주로 2본)이 10조6천억 원이었다. 특히 가덕도신공항은 접근성 면에서 세 곳 가운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당시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김해신공항 사업을 2026년까지 완공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메인사진-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건설 특별위원회가 18일 오후 대구시의회 간담회장에서 김해신공항 백지화 시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브사진1-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브사진2-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들이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해신공항 백지화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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