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도교육감 임종식
▲ 경북도교육감 임종식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로키산맥 해발 3천미터 높이의 수목 한계선에는 ‘무릎 꿇는 나무’가 있다고 한다. 강한 바람과 척박한 환경 때문에 곧게 자라지 못하고 옆으로 자라는 것이 마치 무릎을 꿇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은 이 짧고 비틀린 나무로 만들어진다. 매서운 추위와 바람과 싸우며 휘어지고 뒤틀려도 살아내는 그 끈질긴 생명력과 간절함이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원동력이 아닐까.

‘무릎 꿇는 나무’처럼 절박한 심정으로 세상의 바람과 맞서 싸우며 자기 길을 걸었던 학생들이 있었다. 바로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치러냈던 수험생들이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감염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로 여러 차례 개학 연기 끝에 원격수업으로 개학을 한 지도 어저께 같은데 벌써 고3의 모래시계가 끝을 보이고 있다.

가깝지만 멀다고 생각했던 우리들에게 어느 날부터인가 새로운 기록이 생기기 시작했다. ‘확진자 ○백명, 지역 감염자 ○○○명, 해외 유입자 ○○명, 지난 3월 이래로 하루 확진자 수 최대’ 등 연일 새로운 뉴스로 사회적 긴장도를 높이고 있었다. 더 가슴 조리며 초조해 했을 수험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경북교육청에서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학습결손과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동안 최선을 다해 왔다.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학교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에게 전염병 예방교육을 실시하며, 방역물품 지원 등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보건과 방역인력의 추가 확보와 예산 지원으로 우리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까지 잘해 왔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수능이 다가왔다. 시험장을 정하고, 감독관을 차출하고, 수험생들에게 부정행위 금지 관련 동영상을 상영하면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달력이 빠르게 넘어갔다.

올해는 특히 방역 부분이 추가되면서 교육현장의 수능대비는 긴장을 지나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병원시험장, 별도시험장, 별도시험실까지 준비하고, 특별 시험장 감독교사를 위한 의료용 가운과 얼굴 가리개까지 준비했다. 거기다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지진대책까지, 준비할 것도 참 많은 수능이었다.

한때는 포스트(Post)코로나를 얘기했지만 이제는 위드(With) 코로나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무릎 꿇는 나무의 간절함으로 이번 수능을 준비했고 그 절박함으로 수능을 치러냈다. 다른 해에 비해 걱정도 근심도 많았지만 우리는 학생들의 저력을 믿었다. 삶의 힘을 키우는 경북교육의 힘을 믿었다.

혼란의 와중에도 묵묵히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온 수험생들의 의지와 노고에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학부모님, 함께 소원지를 피어 올렸던 선생님과 교육가족 여러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무릎 꿇는 나무’가 명품 바이올린이 돼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듯 수험생들의 지난한 시간들도 쌓이고 쌓여서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는 행복 백신이 될 것이라 믿는다. 수능 시험의 결과를 떠나, 그동안의 노력과 인내의 과정에서 보여준 수험생들의 의지가 더 많은 선택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 주니족에는 ‘태양이 북쪽으로 다시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남쪽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달’이라는 긴 이름의 달이 있다. 매듭달 12월을 가리키는 말이다. 계절의 끝이 아니라 땅속으로 더 많은 생명을 품은 달인 것이다. 수험생에게 이번 수능도 고3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한 숨고르기일 것이다.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무사히 끝났다. 2017년 12월의 지진 수능도 이겨냈듯이 2020년 코로나 수능도 이겨낸 것이다.

모두가 노력한 만큼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모든 국민들의 헌신과 성원 속에서 이루어지는 수험생들의 노력이 빛나는 내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김형규 기자 kimmar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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