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업계 최초 코셔 인증 획득, 된장·미숫가루 인기||대경디자인센터 콜라보 대성공, 윤지영

▲ 경북 성주에 소재한 알알이 푸드 윤지영(41·여) 대표가 회사 앞에서 신규 론칭 브랜드 ‘소풍’ 미숫가루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경북 성주에 소재한 알알이 푸드 윤지영(41·여) 대표가 회사 앞에서 신규 론칭 브랜드 ‘소풍’ 미숫가루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경북 성주군에 소재한 ‘알알이 푸드’는 전통장류와 미숫가루를 생산하는 12년차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한식업계 최초로 유대교 청결식품 인증인 ‘코셔(Kosher)’ 인증을 받아 화제가 됐다. 영세기업 중심의 재래 된장 시장에서 제품력과 마케팅, 디자인으로 새롭게 돌파구를 연 젊은 CEO 윤지영씨를 만나 봤다.

◆아버지에게 나눔의 삶을 배우다

그녀의 집안은 증조대로부터 내려오며 4대째 전통장류를 만들어 왔다. 그녀가 장류 업체의 CEO가 된 것은 어찌 보면 운명과도 같았다.

아버지는 윤 대표가 20살이 된 후 경제적 지원을 끊었다. 섭섭할 법도 하지만 그녀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아버지가 고맙다고 했다.

윤 대표는 “그때는 야속했지만 돌이켜보면 아버지께서 일찍 세상 살아가는 법을 자식들에게 알려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대표는 2006년 사법고시 1차 시험에 합격했다. 고향으로 ‘금의환향’한 그녀에게 아버지는 빗자루를 쥐어주며 공장 청소를 시켰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아버지는 법관 대신 장류 업체 정신을 이어가주길 바랐다고 한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그녀는 2차 시험에선 낙방했고, 이듬해 장류 업체를 창업했다. 지원은 없었다. 오히려 훼방 놓기 일쑤였다. 대출로 마련한 공장부지 앞에 소위 ‘알 박기’까지 해가며 그녀의 일을 방해했다. 아버지가 ‘알 박기’를 풀어주는 조건은 소록도 후원이었다.

아버지는 30년이 넘게 소록도 양로원·고아원 등에 기부했다.

아버지 뜻대로 대표 역시 소록도 후원을 시작했다. ‘윤지영 표 미숫가루’도 소록도 분들을 위한 것이었다. 소화능력이 좋지 못한 분들을 위해 10가지 곡물을 일일이 다 찐 후에 볶았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영양소가 살아있다.

▲ 대구경북디자인센터가 디자인한 윤지영 된장의 용기. 센터는 냉장고에 보관이 용이하도록 사각 모양의 낮은 저용량 용기에 된장을 담았다.
▲ 대구경북디자인센터가 디자인한 윤지영 된장의 용기. 센터는 냉장고에 보관이 용이하도록 사각 모양의 낮은 저용량 용기에 된장을 담았다.
◆전환점, 대구경북디자인센터와의 만남

우여곡절 끝에 하나로마트 입점에 성공한 된장은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팔려 나갔다. 하지만 장류제품의 태생적 한계로 수출은 ‘언감생심’. 보관상 문제로 온라인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센터는 윤 대표의 고민을 듣고 기존 장류제품 포장에서 벗어난 새로운 용기를 만들어냈다. 보편적인 항아리 모양의 용기를 버리고 냉장고 안에 보관하기 좋은 저용량의 사각 용기를 만들었다. ‘윤지영 표 된장’ 브랜드도 이때 론칭됐다.

윤지영 표 된장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쿠팡 등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없어서 못 팔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홈쇼핑에서도 난리가 났다.

수출도 진행됐다. 미국을 비롯해 홍콩, 베트남, 캐나다에 수출이 이뤄졌다. 용기 디자인을 바꾼 후 1년 안에 이뤄진 일이다.

윤 대표는 “디자인의 힘이 이토록 대단한 것인지 그때 느꼈다. 단지 용기를 바꿨을 뿐인데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꿈만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해에는 대구경북디자인센터와 2차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장류와 함께 대표 효자 상품인 미숫가루의 수출을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선 미숫가루를 물에 타 먹는 것이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게 이를 설명하긴 쉽지 않았다.

▲ 대구경북디자인센터와의 2차 콜라보레이션 ‘소풍’ 미숫가루의 겉면 모습. 미숫가루에 들어간 10가지 곡물과 먹는 방법 등을 표지에 그림으로 상세히 표현해 놨다.
▲ 대구경북디자인센터와의 2차 콜라보레이션 ‘소풍’ 미숫가루의 겉면 모습. 미숫가루에 들어간 10가지 곡물과 먹는 방법 등을 표지에 그림으로 상세히 표현해 놨다.
센터는 미숫가루 포장지로 캐주얼하면서도 산뜻한 핑크색을 썼다. 포장 겉면에는 먹는 방법을 친절히 그림으로 담아냈다.

2차 협업 브랜드 ‘소풍’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10만 개를 판매했고, 올해는 10월 현재 지난해 판매량을 넘어섰다.

윤지영 대표는 “아무리 상품이 좋아도 디자인이 부족하면 구매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디자인 덕분에 회사의 새로운 판로가 열렸고, 새로운 매출이 생겼다. 이런 기회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명함을 내밀었을 때 부끄럽지 않은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아버지는 남을 돕고자 할 때 제주머니 사정을 헤아릴 정도가 아닐 만큼만 벌라고 하셨다. 착하게 벌어 착하게 쓰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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