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음주차량에 목숨 잃은 환경미화원 사고, 예고된 인재였다

수성구청 음식물 쓰레기차량 불법 튜닝…편의 위해 차량 외부 발판 설치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 따르지 않은 수성구청 소극적인 행정도 한몫

지난 6일 대구 수성구 수성구민운동장역 일대에서 BMW 차량이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량을 들이받아 환경미화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당시 사고가 난 수거차량. 환경미화원이 매달려 이동할 수 있도록 불법 튜닝(빨간색 원)이 돼 있었다.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관행이 성실한 환경미화원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대구에서 발생하면서 환경미화원 근무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성구청, 수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6일 오전 3시27분께 수성구 도시철도 3호선 수성구민운동장역 일대에서 30대 여성이 몰던 BMW 차량이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수거차량 뒤 외부 발판에 서있던 환경미화원 A씨가 목숨을 잃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를 낸 30대 여성은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0.08%)가 면허취소 수준으로 나왔다.

이번 사고는 사실상 ‘예고된 인재’였다는 분석이다.

편의를 위해 쓰레기 수거차량에 불법 개조된 외부 발판과 더불어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의 예외조항이 환경미화원의 목숨을 잃는 결과로 이어져서다.

사고가 난 수성구청의 쓰레기 수거차량 뒤편은 환경미화원이 차량에 매달려 이동할 수 있도록 불법 튜닝이 돼 있다.

쓰레기 수거지점 간 거리가 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조수석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관행이다.

엄연한 불법이다. 자동차관리법상 쓰레기 수거차량에 발판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 튜닝에 해당한다.

도로교통법 제49조 1항 12호에 따르면 ‘자동차의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환경미화원도 이동 때에는 보조석에 타거나 걸어가야 한다.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수성구청 측의 책임도 크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해 야간과 새벽 작업을 낮으로 바꾸는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을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다.

폐기물을 시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주민 생활에 중대한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조례 재개정을 통해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했다.

타 지역 지자체의 경우 환경미화원의 근무 시간을 주간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반면 수성구청은 근무 시간 변경을 하지 않았고 예외조항을 정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수성구의회 임시회에서도 김성년 의원이 구정질문을 통해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며 발언하기도 했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변한 것은 없었다.

수성구의회 김성년(정의당) 의원은 “쓰레기 수거는 새벽에 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 같은 일을 예방하려면 집행부는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을 따르고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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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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