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기법 응용한 ‘분장기법’ 도자기 30여 점 전시
지난 2008년 ‘조선 백자의 미의식’으로 박사논문을 발표한 도예가 장성룡 작가는 10년 째 백자성형에 집중한다.
백자는 부지런함과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조건이다. 1천300도에서 구워야 하는 백자는 산업혁명시대가 몰고 온 혁신적인 기술에 버금가는 고도의 기술력도 필요로 한다.
순백의 여백미를 자랑하는 백자는 ‘도자기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설백자와 회백자, 청백자 할 것 없이 백자는 오래 보아도 싫증이 없고 기품이 있기 때문이다.
“도예가는 불을 가지고 놀 줄 알아야하는데 아직도 불에 끌려가는 느낌”이라는 작가는 꾸준히 장작 가마를 고집한다.
편리한 전기 가마를 두고 번거로운 장작가마를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도자기가 발산하는 특유의 미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장작불가마에서 탄생한 도자기는 유약의 색이 인위적이지 않고 광택이 적당해 눈부시지도 않다”고도 했다.
작가는 그 같은 작업을 가마솥 밥맛에 비유한다. 또 천천히 숙성돼 깊은 맛을 내는 김치와 구수한 된장 맛에 비유하기도 한다.
불을 지피기까지의 복잡한 과정 때문에 지금은 일 년에 두 번 가량 불을 피우지만 작가는 꾸준히 장작불 가마를 고집한다. 한번 불을 지필 때 마다 집채만 한 장작더미가 재로 변한다.
“도자기는 비움과 채움이 적절한 때 온전한 형태를 기대할 수 있다. 삶도 다를 바 없다”며 “모두 정성을 먹고 태어난다”는 작가는 경북 성주군 대가면에 자리한 작업실에서 쉬지 않고 가마에 불을 피웠다.
그러나 높은 온도의 불을 견딘 도자기의 반은 결국 주검이다. 작품으로 세상의 빛을 보는 도자기는 늘 50%미만, 금이 가거나 유약이 고르게 번지지 않아 버려야 할 것이 절반이라는 이야기다.
총책임자에 해당하는 조기장에서부터 성형을 담당하는 마조장, 건조를 책임지는 건조장, 불을 지피고 화력을 조율하는 화장, 가마의 온도를 관리하는 감화장, 도자기 표면에 그림을 그리는 화청장까지 전 과정을 오롯이 작가 혼자서 감당한다.
지난 1999년 대구공예대전에서 분청으로 대상을 받은 바 있는 작가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백자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이것이 사람들이 장성용 작가의 도예전에 주목하는 이유다.
분청기법을 백자에 응용한 ‘분장기법’으로 제작한 도자기 30여 점이 선보이는 ‘장성용 도예전’은 10일부터 오는15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열린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