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박준우 시시비비/ DGB금융지주의 본사 이전설



얼마 전 DGB대구은행(이하 대구은행)의 모회사인 DGB금융지주가 본사를 서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와 지역경제계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DGB금융지주는 바로 본사 이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사실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확인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지역에서 화제가 됐던 것은 무엇보다도 대구의 현실이 지역의 최대 기업이라는 대구은행이 속한 DGB금융지주마저 이전설이 나올 정도가 됐느냐는 충격이 컸을 것이다. 또 대구은행의 행보가 지역의 미래 예측에 대한 신뢰도 높은 정보라는 점도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구 사람들은 지역의 최대 기업을 묻는 외지인들에게 선뜻 답을 못했다. 1위 기업이 제조업체가 아닌 금융기업이라는 사실이 제조업이 몰락한 답답한 현실을 내보이는 것이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젠 이런 자존심(?) 세울 일도 없게 됐다. 대구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다.

대구은행은 자산이나 매출 규모, 인적·물적 네트워크, 정보력 등에서 지역에선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가진 최고 기업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DGB금융지주는 바로 이 대구은행을 자회사로 거느린 지주회사이다.

DGB금융지주의 본사 이전설이 나오자 그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이 있었다. 그중 DGB금융그룹의 실적과 관련한 분석이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 DGB금융그룹은 2020년 상반기에 당기순익이 지난해보다 8.2% 감소했는데, 특히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이 이 기간 당기순익이 22.1%나 격감했다고 한다.

이와 달리 2011년 지주사 출범 이후 인수·합병한 계열사로, 하이투자증권과 DGB생명, DGB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익은 같은 기간에 오히려 큰 폭 증가했다. 이런 결과를 놓고 지역금융가에서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온 것이다.

올해 상반기 DGB금융그룹의 당기순익 감소 폭이 그나마 한 자릿수에 그칠 수 있었던 것이 그룹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의 부진을 비은행 계열사가 선전하며 상쇄해 준 덕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DGB금융그룹의 고민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방은행은 사실 지역이라는 배후경제에 따라 성과가 연동되기 마련인데 대구경제는 수십 년째 내리막길만 걷고 있고 그나마 내일을 기약해 볼 수 있는 성장동력마저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은행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돈 되는 비은행 계열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런 차원에서 비은행 계열사의 본사가 있는 서울로 지주사 본사를 옮기는 것은 DGB금융그룹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려해봄 직한 선택지 중 하나일 거란 얘기다.

이젠 옛이야기가 됐지만 한때 대구는 국가 경제를 견인한다고 자부했던 곳이고, 그 중심에는 대구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외지 기업 유치는 고사하고 있는 기업마저 떠날 고민을 할 만큼 상황이 변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그동안 원인·분석도 있었고 나름의 대책도 제시됐지만 그냥 그뿐이었다.

외지에서 온 기업인 중에 ‘대구에서 사업하기 힘들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런 말이 나온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얘기를 듣다 보면 그 속엔 ‘지금보다 대구가 더 개방적이라면 훨씬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비판 아닌 충고가 깔려 있었다.

지역경제가 어렵다 보니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방정부와 지역정치권의 여론 주도권이 유독 강한 곳이 대구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지역에 변화의 물꼬가 터질 수 있도록 그들은 말과 처신에 특별한 방향성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 지역에서도 추도 열기가 높았다. 고인이 생전에 보여준 국가 경제발전에 끼친 선한 영향력이 추모 열기를 불러일으켰겠지만, 한편으론 삼성에 대한 남다른 지역정서도 있었으리라 본다.

대구에는 이건희 회장의 생가인 호암 고택이 있고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옛 삼성상회 터도 있다. 추모 분위기 속에 호암 고택 보존, 옛 삼성상회 터 복원, 삼성 테마길 조성 등 대구에서만 가능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참에 대구시와 지역정치권이 삼성의 투자라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 특별한 방향성의 하나가 될 것이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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