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서 키우는 새우의 참맛!!!||큰징거미새우의 담백한 맛으로 입맛 사로잡아||아낌없이 주

▲ 박채선 대표가 부인 유지원씨와 함께 방금 포획한 새우를 보여 주고 있다.
▲ 박채선 대표가 부인 유지원씨와 함께 방금 포획한 새우를 보여 주고 있다.
흔히 논의 가치가 무한하다고 한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직접적인 가치와 함께 공익적 기능도 크다.

전국에 있는 72만4천㏊의 논에서 연간 400만 톤에 이르는 쌀을 생산해 우리의 먹거리를 해결한다.

겨울에도 쉬지 않고 마늘과 양파 같은 양념채소까지 키운다.

논은 26억 톤의 물을 담아두는 큰 댐과 같다.

담수량이 소양강댐과 대청댐을 합친 량으로 홍수 조절능력도 무시하지 못한다.

여름철에는 1천여 톤의 산소를 배출하고 가을에는 황금들판으로 변화해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이처럼 논은 그 기능이 다양하고 크다.

논은 우리 곁에 널려있는 보물창고 같은 존재다.

이제는 쌀 생산을 넘어 새우를 키우는 양식장으로 변모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기도 한다.

논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큰징거미새우’를 양식하는 강소농을 만났다.

논에서 양식한 새우를 활용해 체험활동을 하고 판매도 한다.

김천에서 ‘김천숲채원힐링농원’을 운영하는 박채선(48) 대표가 주인공이다.

박 대표는 1천600㎡의 논에서 새우를 양식하고 6천600㎡의 포도농장을 운영해 6천여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 박채선 대표가 방금 포획한 새우를 들어 보이고 있다. 80g 정도로 구이나 낚시체험용으로 사용된다.
▲ 박채선 대표가 방금 포획한 새우를 들어 보이고 있다. 80g 정도로 구이나 낚시체험용으로 사용된다.
◆귀농을 반대하던 아내를 조력자로

박 대표는 토목기술자였다.

학교 졸업 후 줄곧 고속도로 등 대향 토목공사의 설계업무를 담당했었다.

토목기술 전문가로서의 기술도 인정받았고, 위치도 다졌으나 일찌감치 귀농을 결심하고 차근차근 준비 작업을 진행했었다.

2015년 귀농을 하면서 완전한 농부의 길로 들어섰지만, 이보다 5년 앞선 2010년부터 부모님이 계신 김천에서 귀농 준비를 했었다.

주중에는 도시에서 토목기술자로 일하고, 주말에는 농촌에서 농사일을 하는 ‘5도2촌’의 생활이었다.

박 대표의 이런 모습이 가족의 눈에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

미용사로 피부숍을 운영하던 아내인 유지원씨가 먼저 반대를 하고 나섰다.

한창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할 40대 초반의 가장이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을 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반대했을 것이다.

특히 직장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문가였기에 반대는 더욱 심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겠다는 박 대표의 생각은 확고했다.

이왕에 귀농할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일찍 실천하는 것이 좋다고 아내를 설득했다.

설득방법은 특별했다.

각종 영농교육에 항상 동행했다.

부부가 같이 교육을 받으면서 아내의 생각이 바꿨다.

농업의 전망과 비전을 본 것이다.

그리고 농업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반대자에서 조력자가 된 것이다.

교육의 힘이었다.

농장이름인 ‘김천숲채원힐링농원’의 ‘원’은 아내의 이름에서 따왔다.

귀농에 협조해준 아내에 대한 작은 배려였다.

▲ 유 대표가 농에서 포획한 새우를 보관용 수조에 넣고 있다.
▲ 유 대표가 농에서 포획한 새우를 보관용 수조에 넣고 있다.
◆ 논에서 키우는 새우

큰징거미새우는 태국이나 대만 등 아열대성 지역에서 서식하는 민물새우다.

민물새우로 불리며 세계 3대 양식새우로 꼽힌다.

최근에 대량양식에 성공하면서 양식이 늘어나고 있다.

4~5개월 사육하면 100g까지 자란다.

모내기를 마친 논에 어린새우를 방류해 10월까지 양식한다.

주로 구이용과 낚시체험용으로 사용한다.

최적수온은 27~28℃ 정도라 우리나라의 여름철 기온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논에서 새우를 양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모내기 이후 여름철 내내 논에 가두어 둔 물은 새우에게 훌륭한 양식장이 된다.

새우를 양식하기 위해서 일반 논과는 약간 다른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봄부터 4번에 걸친 로터리 작업을 거친다.

1차 로터리 작업을 하고나면 흙 속에 있던 잡초들이 싹을 틔우고 빠르게 자란다.

잡초가 어느 정도 자라면 2차 로터리 작업을 해 자라난 잡초를 제거한다.

다시 잡초가 자라면 또다시 로터리 작업으로 잡초를 제거하는 것을 반복한다.

이런 작업을 4회 정도 진행하면 더 이상 잡초가 자라지 않는다.

모내기 이후에 어린 새우를 방사하기 위해서는 제초제를 뿌릴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쳐서 잡초의 발생을 억제한다.

논에 특별한 시설을 할 필요도 없다.

논 가장자리에 1m 정도의 깊이로 ‘ㄷ’자나 ‘ㄴ’자 모양의 수로를 만들면 된다.

수로에는 소형 수차를 설치해 산소를 공급한다.

가을철 새우를 포획할 때 논의 물을 빼면 새우들이 물길을 따라 이곳 수로에 모인다.

660㎡(200평)의 논에 1㎝ 크기의 치하(어린 새우)를 대략 4천여 마리를 방사하면 10월에 50%인 2천여 마리를 포획 할 수 있다.

60g 이상으로 자란 새우는 구이용이나 체험용으로 사용한다.

체험용은 30g 이상이면 가능하다.

새우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벼 포기 사이에 숨어 있기 때문에 조류의 피해는 크지 않다.

사료는 야간에 전용사료를 자동급이기를 통해 급여한다.

외래어종인 베스를 분쇄해 자가제조용 사료로 공급하기도 한다.

박 대표는 사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환경정화곤충인 ‘동애등에’를 사육해 새우 사료로 공급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10월이 되면 논의 물을 빼고 반두나 뜰채를 이용해 수로에 모인 새우를 포획한다.

▲ 박 대표가 논에서 물을 뺀 후에 수로에 몰린 새우를 반두를 이용해 포획하고 있다.
▲ 박 대표가 논에서 물을 뺀 후에 수로에 몰린 새우를 반두를 이용해 포획하고 있다.
◆새우와 벼, 포도를 결합한 아쿠아 포닉스농법

아쿠아 포닉스형 순환농법이 확산되고 있다.

물 소비량이 적고 친환경적이면서도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농법이기 때문이다.

아쿠아 포닉스농법은 물고기 양식과 수경재배를 결합한 농법으로, 물고기를 양식하면서 발생하는 유기물을 이용해 식물을 수경 재배하는 것이다.

물고기가 배설한 분변은 미생물로 분해돼 식물이 영양분으로 흡수하고 정화된 물은 다시 수조에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수조와 재배상을 설치하고 위층에는 채소, 아래층에서는 물고기를 양식한다.

박 대표는 새우와 벼 포도를 결합한 아쿠아 포닉스농법을 도입했다.

논에 벼를 심고 그 속에 새우를 방사해 키우면서 그 물은 다시 포도밭에 공급해 3단계를 거치는 순환형 친환경 농법이다.

새우의 분변은 논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벼의 성장에 필요한 유기질 비료가 된다.

벼가 유기질을 흡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수질정화도 이뤄진다.

벼가 발생시킨 산소는 새우에게 공급된다.

유기질과 산소를 서로 교환하는 셈이다.

또한 그 물은 옆에 있는 포도밭의 관수한다.

하나의 물을 새우와 벼, 포도가 함께 활용하는 순환형 친환경농업이 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새우를 양식하는 논에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환경농업이 된다”며 “앞으로 새우가 키운 쌀과 포도를 브랜드화해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어린이 체험객이 새우를 들고 신기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어린이 체험객이 새우를 들고 신기한 표정을 짓고 있다.
◆누구나 쉬고 머물 수 있는 체험공간 조성

박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치유체험농장을 조성하고 고객들이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힐링을 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는 새우와 포도 등을 활용한 체험농장을 운영하지만 규모와 체험의 종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10월에 진행하는 새우체험을 5월 가정의 달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연간 2 회로 늘려 새우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수온을 적정온도로 유지하는 가온기술을 개발했다.

농장에서 재배하는 포도와 새우를 주변의 자연환경과 연계한 힐링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인근에 있는 저수지와 숲이 우거진 뒷산의 오솔길을 활용해 트레킹 코스를 만들고 휴식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경관이 좋은 장소에 포토존을 만들어 고객들의 추억의 공간도 만들기로 했다.

농장 주변에 조성 중인 캠핑공간은 누구나 쉴 수 있고 머물 수 있는 힐링공간으로 꾸민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1천 명의 단골고객을 만들고, 농장 주변에 머물게 해 농산물 구매로 연결시킴으로써 주민과 도시 소비자가 함께하는 상생공간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런 계획들이 완성되면 농장은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할 것 기대된다.

박 대표의 열정과 노력을 볼 때 그가 그리는 큰 그림은 조만간 윤각을 보일 것이다.

▲ 수조 안의 새우.
▲ 수조 안의 새우.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 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 전문위원)



이동률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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