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이슈추적/ 영주댐 방류

경북 북부지역에서 영주댐 방류를 놓고 대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애초 건설 초기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영주댐이었지만 최근에는 1년 넘게 담수한 ‘댐 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물관리 주무 부처인 환경부와 영주시를 비롯해 인근 안동시, 예천군, 상주시, 봉화군 등 내성천 주변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민들은 일차적으론 댐 방류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환경부의 행보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담수를 시작하면서 댐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그 목적임을 밝혔기에 지역민들은 이번 방류가 향후 영주댐의 존치나 철거를 결정하는 데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고 있다.

댐 방류에 대해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는 10월 15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방류를 시도했다. 그러나 두 차례 시도는 지역민들이 댐 수문 바로 아래에서 몸으로 저지하는 바람에 결국 잠정 유보됐다.

현재와 같은 대치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은 환경부가 방류 결정 과정에서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등 댐 운영을 일방적으로 한 데 그 원인이 있다. 이번에 방류를 결정한 주체는 영주댐협의체다. 이 협의체는 그동안 녹조와 누수 등으로 논란이 벌어진 영주댐의 처리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환경부가 올해 1월20일 출범시킨 거버넌스 조직이다.

그러나 협의체에 대해 지역에서는 출범 당시부터 비판적 시각이 있었다. 18명으로 이뤄진 협의체의 구성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전달할 지역단체가 소외된 데다, 또 지역 몫으로 2명만 배정되는 등 사실상 지역 입장과 상관없이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영주댐협의체는 10월6일 회의를 열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하루 수심 1m 이내로 약 80일 동안 댐을 방류한다’는 결정을 했다. 당시에도 회의장을 찾은 영주댐수호추진위원회 회원들과 영주시의회 의원들이 시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 방류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9년 공사에 들어간 영주댐은 2016년 댐 본체 공사가 마무리됐다. 이후 환경부는 2016년과 2017년에 한 차례씩 시험담수를 했지만, 당시 저수율이 채 20%에도 미치지 않아 지역에서는 댐 자체에 구조적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리고 1년여 간 담수가 없다가 환경부는 2019년 3월 세 번째 시험담수에 들어갔다. 의혹이 제기된 댐 시설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한편, 댐이 건설된 하천인 내성천의 생태환경 전반을 종합 진단해 향후 댐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당시 환경부가 밝힌 시험담수 목적이었다.

다행히 3차 담수에서는 저수율이 평균 50~60%를 기록하면서 담수 기능 등의 의혹은 일단 해소되는 것 같았다. 또 물이 들어찬 영주댐을 보며 지역에서는 안정적 용수 확보는 물론이고, 댐 주변과 연계한 관광벨트 구상 등을 하며 영주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영주댐협의체 회의 결과를 토대로 지역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10월15일 댐 방류를 강행했고, 지역에서는 즉각 방류 반대를 위한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환경부의 입장은 애초 방류를 전제로 한 담수였고 목적대로 관련 기초자료를 충분히 확보했으므로 계획대로 방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생각이 달랐다. 환경부가 제시한 방류 이유에 동의할 수 없고, 무엇보다 댐 건설로 인해 수몰 피해까지 본 지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방류를 강행한 것에 분노했다. 또 방류가 향후 댐 철거라는 어떤 의도에 따라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지역민들 사이에 퍼졌다.

현재 잠정 유보된 영주댐 방류는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해결의 가닥이 잡힐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부는 일단 방류 계획은 철회한 상태이지만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지역민들도 환경부의 공식 발표가 나올 때까지는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방류 강행에 주민들 실력 저지

환경부가 1차 방류 시한으로 예고한 10월15일 오전 11시, 영주댐 수문 바로 아래에서는 주민들이 방류 반대 시위를 벌였다. 그 시각 한국수자원공사 영주댐지사에서 여러 차례 ‘방류를 하겠다’는 경고 방송을 보냈지만,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이날 방류는 하루 뒤인 16일 오전 11시로 연기됐다.

이날 같은 시각 영주댐 하류 500m 지점에서는 주민들과 30여 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도지사, 자치단체장, 도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주댐 수호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가 열렸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맞이한 재방류 예고일인 16일 오전, 주민들은 댐 아래에서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결국 환경부는 방류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그리고 10월20일에는 영주댐 하류 500m 지점에서 영주시의회가 임시회를 열었다.

시의회는 이날 △공사가 완공된 지 4년이 지나도록 준공 검사를 하지 않는 이유를 밝힐 것 △영주댐협의체가 댐 방류 결정 권한을 가진 것인지 그 법적 근거를 제시할 것 △담수 대책 없는 방류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것 등의 질의를 하고 환경부에 답변을 요구했다.

◆ 지역민과 환경부의 다른 생각

환경부의 댐 방류 계획에 맞서 지금도 댐 아래에서 하루 12시간씩 순번제로 24시간 방류 저지에 나서고 있는 지역민들은 방류 계획의 완전 철회와 기존 영주댐협의체 해체 후 영주시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강성국 영주댐수호추진위원장은 “영주댐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주민들의 애환과 희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영주댐을 주민들의 희생을 무시하고 다시 무용지물이 되게 하는 것은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지역의 분위기를 전했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의견 수렴기구인 댐협의체 구성이 잘못된 만큼 협의체 구성을 다시 해야 한다. 또 방류가 댐 해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을 영주 시민이 없는 현실을 고려해 환경부는 댐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동시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최저수위(저수율 34%)를 지키겠다는 약속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격앙된 지역 분위기에 대해 환경부는 댐 철거는 없을 것이고 협의체는 새로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차례 방류 시도가 좌절된 후 10월17일 영주댐 인근 주민 농성장을 방문한 김동진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은 “방류는 댐 해체를 전제로 하는 게 아니며 내년까지 용역이 진행되고 있고 현재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다. 지역 의견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정부를 믿고 협력해 달라”고 말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10월 초 박형수(영주·영양·봉화·울진) 국회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지역주민이 더 많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영주댐을 운영하겠다. 정부가 영주댐을 해체하거나 자연하천화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 1조1천억 원 투입해 만든 영주댐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일대 내성천에 있는 영주다목적댐은 낙동강 유역 하천의 유지용수 확보와 홍수 피해 경감, 경북 북부권에 대한 안정적인 용수 공급 등을 위해 4대강 사업의 수질관리 대책 중 하나로 2009년 12월 공사에 들어갔다. 사업비로 1조1천30억 원을 투입해 2016년 10월25일 높이 55.5m, 길이 400m 규모의 본체를 완성했다.

영주댐은 만수위 기준으로 연간 2억㎥의 맑은 물을 확보해, 이 중 1억8천㎥를 하천 유지용수 등 환경개선 용수로, 1천만㎥를 영주, 상주 등 북부지역의 안정적인 생활·공업 용수로 공급한다. 또 수력발전을 통해 연간 15.78GWh(4인 가구 기준, 3천288가구 연간 사용량)의 청정에너지를 생산한다.

이밖에 댐 주변에 51km 길이의 국내 최장 순환도로를 개설하고 이주단지 3개소(66가구)를 조성하는 등 댐을 중심으로 한 관광벨트화 사업도 영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영주댐은 건설 초기에 나온 부실 공사 의혹에다 심각한 녹조현상, 모래 강 내성천의 황폐화, 댐 시설물의 누수 등 여러 문제점이 그동안 지적되기도 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메인사진- 영주댐 방류를 두고 최근 환경부와 영주시를 비롯해 인근 안동시, 예천군, 상주시, 봉화군 등 내성천 주변 지역민들 사이에 대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부의 댐 방류 방침에 맞서 지역민들은 완전 담수와 댐 해체의 공식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영주댐 전경.영주시청 제공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영주댐 수문 바로 아래에서 10월15일 시민단체 회원이 댐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텐트를 치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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