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요즘 국내외 상황을 보면 그야말로 어수선하다는 말이 딱 제격인 것 같다. 대외적으로 근미래에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이슈는 미국 대통령선거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 방류 결정 여부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 대선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와 그 향방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과연 어느 쪽이 당선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 대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을 던져주는 현 트럼프대통령이 ‘현직효과(incumbency advantage)’를 누리며 재선에 성공할 것인지, 현직 대통령의 대항마이긴 하지만 특별할 것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 바이든후보가 당선될 것인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두 후보자 중 누가 우리에게 더 유리할 것인지에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되든 협력하지 않으면 국익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일본에서는 얼마 전 취임한 스가 히데요시(菅義偉)총리가 이끄는 행정부가 방사능 오염수에서 상당 부분 핵 물질을 제거했지만, (공식적인 입장과는 달리)인체에 대한 무해성이 증명되지 않은 물을 해양에 방류할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등 일전의 일제 징용공 배상결정과 관련된 양국 간 마찰에 이어 우리와는 심각한 외교적 마찰을 빚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한일 양국 간 경제관계의 개선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양국 기업 모두 기존 비즈니스는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전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그렇지 뭐, 언제는 특별한 게 있긴 했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국정감사로 국민 개개인의 살림살이부터 거시경제에 이르기까지 연일 여야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음은 물론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조용한 날이 없다. 그렇다고 이번 국정감사로 국민 모두가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게 한다.

더군다나 이 와중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가 중 한 분이 유명을 달리해 가뜩이나 먹구름으로 뒤덮인 우리경제에 더 큰 걱정거리가 생긴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대내외적으로 닥친 어려움들이 산적해가고 앞날의 불투명함이 더해 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겠고, 명과 암이 교차하는 만큼 기업가에 대한 기대도 여느 때보다 훨씬 더 커진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제서야 기업가정신이나 리더십이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 같고,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을 일깨우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되는 것 같다.

물론, 이제 와서 또 다시 야성적 충동에 관한 지금까지의 틀에 박힌 교조적인 설명으로 가득 찬 고전을 다시 꺼내 펼쳐 보이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창업가와 그 2세들에게 익숙했던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와 지금과 같이 ICT(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확장되고 있는 소위 4차 산업혁명 하에서는 분명 기업가들이 갖추고 있어야만 하는 야성적 충동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승자라 불리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모두가 열광하는 글로벌 IT 대기업들과 창업자들은 제조업이 일세를 풍미하던 시기에 그야말로 불야성과 같이 나타난 야성적 충동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그렇다고 할 지는 모르겠지만, 독점적 시장 지배력의 남용 등으로 이제는 그들의 영향력을 도대체 얼마나 내 놓아야 할 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는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 등 혁신은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자국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훼손한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응징의 화살을 날리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기업이든 누구든 ‘우리가 굳이 왜 그렇게 해야만 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이제 혼자 멀리 갈 수 없다는 사실과 팔방미인의 시대는 저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때가 아닌가 싶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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