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진
▲ 김상진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코로나 이후는 없다. 코로나와 함께 사는 시대를 준비하라.’

카이스트 미래전략연구센터가 최근 발간한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1’을 홍보하는 문구다. 다르게 표현하면 ‘포스트(post) 코로나는 없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라’다. 다음해의 경영전략을 소개하는 이 책은 매년 시리즈로 간행되고 있다. 올해는 ‘위드 코로나 : 달라진 세상, 새로운 기회’란 부제를 달고 있으며, 지난해 발간된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0’의 부제는 ‘기술과 인간의 만남’이었다. 부제만 살펴봐도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꾼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벌써 11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위드 코로나 시대’란 말은 일상화됐다. 이 말은 코로나19를 예방하면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시기를 뜻한다. 국립국어원은 이를 대체할 우리말로 ‘코로나 일상’을 선정하기도 했다. 코로나 일상에서는 감염병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비대면 상황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인류는 이때껏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공공도서관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면 문을 닫았다가 상황이 호전되면 문을 열기를 반복했다. 문을 열 때는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야 했다. 문을 닫은 채 비대면 상황을 유지해야 할 때도 시민들의 일상을 위해 온라인 소통에 집중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강연은 영상 콘텐츠로 제작돼 유튜브와 밴드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시민들에게 제공됐다. 강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줌(zoom) 등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화상회의 시스템도 활용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변화가 수개월 만에 일어났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의 공식일정을 마친 ‘2020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도 마찬가지다. 당초에는 지난 5월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열리는 대면 전시회로 기획됐으나,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행사 일정이 10월로 연기됐다. 그 뒤 상황이 호전되면서 대면 및 비대면 행사를 병행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으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되는 바람에 비대면 행사로 궤도가 전면 수정됐다. 모든 프로그램은 영상 콘텐츠로 제작돼 온라인 플랫폼과 유튜브에 탑재됐다. 개막행사와 지역출판 심포지엄, 도서관을 찾은 지역 저자 등은 유튜브 라이브로 실시간 생중계됐다.

코로나 일상 속의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위드 코로나 시대, 책축제 및 독서문화축제의 뉴노멀을 제시하기로 한 것이다. 사흘간의 이벤트가 아니라 내년도 한국지역도서전까지, 구체적으로 말하면 강원도 춘천에서 열릴 2021 한국지역도서전까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1년간 지역도서전을 유지한다. 공식일정 이외에 기념도서와 자료집은 물론, 백서까지 온라인 플랫폼에 탑재한다. 메인 화면도 일부 바뀐다. 앞으로는 지속 가능한 독서문화운동을 위한 플랫폼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지역도서전을 온라인에 옮겨둔 정도가 아니었다.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됐을 경우 사흘간의 전시와 체험 등으로 대구수성 한국지역도서전은 막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구성함으로써 각종 프로그램은 영상 콘텐츠로 영원히 기록되게 됐다. 특히 대구의 문화 정체성을 밝힌 ‘대구, 출판문화의 거점’이란 제목의 수성특별전I과 함께, 활 든 선비로 콘셉트를 잡은 계동 전경창 선생의 선비정신을 다룬 수성특별전II ‘수성, 대구 유학의 뿌리’는 불의에 저항하는 대구정신을 조명하는 영상 콘텐츠로 활용도를 높이게 됐다.

비대면 접속의 활성화로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함으로써 전통적인 사회구조를 혁신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솔루션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플랫폼으로 구축해 전통적인 운영방식과 서비스 등을 혁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공적인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 실현된다.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인류가 느끼는 변화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코로나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기존 생각의 틀을 완전히 바꿈으로써 변화된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을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아날로그 세대는 디지털 대전환을 단순히 도구의 변환으로만 생각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다. 삶의 방식이 바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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