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이름값의 무게를 짊어져라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할리우드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는 로봇으로 변신하는 많은 자동차가 등장한다. 대부분 유명 자동차회사의 실제 차량을 모델로 했다. 쉐보레 카마로로 변신하는 ‘범블비’, F-22로 등장하는 ‘스타스크림’, 쉐보레 ‘스파크’로 등장하는 스키즈 등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옵티머스 프라임(Optimus Prime)은 오토봇의 총 사령관이자 리더이다. 시리즈에 따라 몇 번 교체되기는 했지만 변함없는 것은 강한 이미지를 주는 트럭으로 변신한다는 점이다.

옵티머스 프라임으로 변신하는 트럭의 실제 가격도 범블비로 변신하는 쉐보레 카마로의 4대 분량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옵티머스 프라임은 차량 가격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맡아 이름값을 한다. 그 이름값은 희생정신이 강한 영웅이다.

옵티머스(optimus)는 ‘가장 좋은’, ‘최고의’, ‘최선의’, ‘최적의’라는 뜻이다. 이처럼 좋은 단어가 요즘 수난을 겪으며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사건 때문이다.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말은 일찍이 공자도 강조했다. 논어 자로(子路)편 3장에서다. 공자는 “왕께서 스승께 정치를 맡긴다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시겠느냐”는 제자 자로의 물음에 “정명(正名)”이라고 답했다. 필야정명(必也正名).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스승의 대답에 시큰둥한 표정의 자로가 “왜 하필 이름입니까?”하고 묻자 공자는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에 순서가 없고, 말에 순서가 없으면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백성들의 몸 둘 곳이 없어지게 된다”고 자로를 꾸짖었다.

공자의 정명(正名)은 실제에 맞게 이름을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제각각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가 맡은 직책에 맞게, 이름이 나면 이름에 맞게 그 역할을 해내야 된다는 말이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결국엔 백성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을 느끼게 된다며 정명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한때 ‘닉값’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는 ‘닉네임(Nickname)’값의 줄임말로 온라인 상에서 사용하는 자신의 닉네임에 걸맞은 말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로 사용된다.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 등이 닉네임에 어울리면 ‘닉값을 한다’고 표현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닉값을 제대로 못한다’는 등으로 사용한다.

닉값을 한다(이름값을 한다)는 것은 말이나 행동에 품위를 지키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제대로 닉값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다지 많아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끊이지 않고 나오는 정치인들의 비위와 연예인들의 반사회적인 일탈, 일부 공무원들과 기업인들의 부정행위가 판을 치고 있지 않은가. 이들에게 닉값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래도 최소한 ‘밥값’은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만한 값어치를 하라는 말이다.

다시 공자로 돌아가 보자. 공자는 제나라 경공의 이상적인 정치에 대한 물음에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답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곱씹어보면 무서운 말이다.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면 신하가 아니라는 말이다. 보필을 하되 바른말을 해야 할 때는 직언을 서슴지 않아야 신하답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면 임금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직책에도 이름이 있다. 직에 어울리는 이름값을 하라는 말이다.

공자의 ‘정명’이든, 요즘의 ‘닉값’이든 이름에 걸맞은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이름이나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구설에 오르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오고 있다. 자리마다 있는 이름이지만 거기에 맞게 이름값을 하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엔 ‘민주’, 국민의힘당엔 ‘국민’이 없다는 말은 차라리 양반이다. 분명 누가 봐도 불의인데 억지논리를 끌어 붙여 정의로 포장하고 있다. 자리와 이름을 팔아 자기 욕심을 챙기려는 사람들도 많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도 결국 이름을 팔아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들 모두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꼴값 좀 그만 떨고 이젠 이름값 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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