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수상자 고마리
▲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수상자 고마리
덴동어미화전가를 신문에서 보았다. 일부가 나온 것을 인터넷에서 전문을 찾아 읽었다. 거기에 ‘지지리도 복 없는 여자가 대성통곡하고 있었다’면 난 이 가사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종 주먹을 휘두르며 까탈을 부리는 생 앞에, 화전을 지지며 능청스레 응수하는 여인들. 기죽지 않는 입담과 들풀 같은 해학, 거기다 끈끈한 연대의 미덕까지 두루 갖췄다.

요즘 유행하는 ‘센 언니들’을 만나는 것 같았다. 센 언니들은 지랄같은 인생에 환불원정대를 만들어 당당히 자기 몫을 요구하고 있었다. 굴종과 침묵 눈물과 비탄을 요구하는 시대 정서에 은근하면서도 당차게 맞서고 있다.

무섬마을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덴동어미들을 만났다.

반가의 뒤란에서 깊은 안방에서, 혹은 무심히 놓인 다듬잇돌에서 그네들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몇 백 년을 뛰어 넘은 벅찬 해후였다. 반갑게 손잡고 내 등을 가볍게 다독일 것만 같은 따스함. 비단 봄볕의 온기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경북 여행은 다닐수록 중독이 된다. 금맥을 캐듯 여기저기 묻혀있는 삶의 원형질을 만나는 까닭이다. 하여 바람구두를 신고 더 부지런히 다녀 볼 요량이다.

습기를 털어 낸 가을바람이 맑고 까슬하니 좋다.

△2010년 시문학 등단

△시집 3과4 (2017)

△2020년 모래톱 문학상 수상 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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