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이 720m의 주왕산 주봉의 모습. 주왕산은 1976년 우리나라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 높이 720m의 주왕산 주봉의 모습. 주왕산은 1976년 우리나라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청송은 천혜의 자연 속에 원시의 비경이 있는 주왕산과 주산지, 절골 협곡 등 위드 코로나 시대 가족여행에 최적화된 곳이다.

특히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서 지질관광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장엄한 협곡과 암석의 역동적인 등장에 수려한 자연경관까지 드라마틱한 풍광을 자랑하며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주왕산은 일찍이 그 명성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시대 가장 청정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곳, 군 전체가 ‘산소카페’라고 불릴 정도로 맑고 깨끗한 곳, 여유롭고 안전하게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가을에 가기 좋은 청송여행의 계절이 다가 왔다.

▲ 주왕산은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며 지질관광의 명소로도 손꼽힌다.
▲ 주왕산은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며 지질관광의 명소로도 손꼽힌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 주왕산

청송하면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높이 720m의 주왕산이다.

주왕산은 1976년 우리나라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경북 제일의 명산으로 산의 모습이 돌로 병풍을 친 것 같다 해 옛날에는 ‘석병산’으로 불렸다.

주왕산 이름의 유래는 신라 말 당나라 주왕이라는 사람이 은거했던 산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주왕은 중국 당나라 때 진나라의 회복을 꿈꾸며 반역을 일으켰으나 당나라 군사에 패해 이곳 석병산(주왕산의 옛 이름)까지 쫓겼다. 이에 당나라 왕이 신라왕에게 주왕을 잡아 달라 요청해 주왕은 이곳에서 최후를 마쳤다.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 중 하나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천년고찰인 대전사를 비롯한 사찰과 아름다운 계곡, 수많은 폭포와 굴은 주왕산의 자랑거리다.

대전사 뒤편에 솟아있는 기암을 비롯해 주방천 좌우로 도열한 병풍바위, 급수대, 시루봉, 학소대 등의 기암괴봉과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가 한데 어우러져 아직도 원시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또한 월외계곡에는 하늘에서 물기둥이 떨어지는 것 같은 달기폭포가 있으며 주왕산 계곡마다 아름답고 장엄한 경관이 펼쳐져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특히 주왕산은 내장산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 단풍 ‘맛집’으로 통한다.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주왕산의 기암절벽들과 조화를 이뤄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는 때가 바로 지금 이 시점이라고 하겠다.

▲ 주산지에 왕버들 고목들이 물에 잠겨 있는 모습.
▲ 주산지에 왕버들 고목들이 물에 잠겨 있는 모습.
◆몽환적인 물안개, 주산지

주왕산 한편에는 300여 년의 세월이 전해지는 저수지 ‘주산지’가 있다.

주산지는 조선시대 경종(1720년) 때 착공해 이듬해 완공된 농업용저수지였다.

길이 200m, 너비 100m, 수심 8m의 조그만 산중 호수다. 이 아름다운 호수는 오랜 역사 동안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바닥을 한 번도 드러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주산지는 이전리 마을에서 3㎞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왕산 영봉에서 뻗어 나온 울창한 수림에 둘러싸여 한적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을, 단풍이 물들면 용이 승천한다는 전설이 떠도는 주왕산 별바위가 왼편에 있으며, 파란 하늘과 울창한 숲의 주산지 경치는 그야말로 신이 청송에 내린 선물과도 같다.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붕어의 퍼드덕거림과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버들나무를 쓸어내리는 소리는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 주산지에 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
▲ 주산지에 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
많은 이들이 주산지의 가장 아름다운 배경으로 꼽는 것은 바로 30여 그루의 왕버들 고목이 물에 잠긴 채 자생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30여 종의 버드나무 중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왕버들은 숲속에서 다른 나무와 경쟁치 않고 아예 호숫가를 비롯한 물 많은 곳을 택해 자란다.

어릴 때부터 다른 나무의 자생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한 뒤 수백 년간을 자연에 의지하는 유유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주산지는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김기덕 감독의 2003년 작품으로, 국외의 관심까지 집중된 바 있다. 영화 흐름의 배경에는 청송군 주산지의 아름다운 풍경이 계절 별로 이어진다.

▲ 하늘아래 별천지로 불리는 절골 협곡은 계곡과 울창한 수림 속에서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 하늘아래 별천지로 불리는 절골 협곡은 계곡과 울창한 수림 속에서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주왕산의 속살, 절골 협곡

주왕산 자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는 것은 쉽지 않다.

외부인이라면 주왕산 계곡과 주산지 등을 첫 손에 꼽겠지만, 내부인 이라면 절골 협곡을 꼽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늘아래 별천지라고 불리는 절골 협곡은 원시적인 비경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곳이다.

절골 협곡은 주왕산~가메봉~왕거암 능선 남동쪽 절골탐방지원센터에서 대문다리까지 5㎞구간(직선거리 약 3㎞)이다.

주왕산의 주등산로가 있는 대전사나 폭포가 있는 쪽보다는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깨끗한 물이 사시사철 흐르고 있으며 죽순처럼 우뚝 솟은 기암괴석과 울창한 수림이 마치 별천지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옛날에는 운수암이라는 절이 있어 절골이라고도 불렸다.

절골 협곡은 인공시설물을 최소화한 친환경적 탐방로로 관광객들은 여울을 따라 놓인 징검다리를 이용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 주왕산은 기암절벽과 계곡 사이로 평탄한 등산로가 마련돼 가족 단위 등산객들의 방문이 많다.
▲ 주왕산은 기암절벽과 계곡 사이로 평탄한 등산로가 마련돼 가족 단위 등산객들의 방문이 많다.
◆한 여름에도 얼음이 언다, 얼음골

주왕산면 내룡리에서 동쪽 2㎞ 지점에 골이 깊고 수목이 울창해 인적이 드문 잣밭골이 있다.

잣밭골 입구에 웅덩이처럼 파진 곳이 있는데 한 여름철 기온이 32℃ 이상이 되면 돌에 얼음이 끼고 32℃ 이하가 되면 얼음이 녹아내린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나오고, 여름철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나오는 특이한 기상현상으로 계절이 거꾸로 가는 곳이다.

신기한 일은 기온이 올라갈수록 얼음이 두껍게 언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어려운 자연의 신비한 조화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가 있는데 용암이 분출되어 만들어진 화산암의 구조가 치밀하지 않고 구멍이 뚫려있어 돌무더기 내부의 공기가 밖으로 흘러나오면서 찬바람을 만든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주장은 일사량이 적고 단열효과가 뛰어난 얼음골의 지형 특성상 겨울철에 형성된 찬 공기가 여름까지 계곡 주위에 머물다가 암반 밑의 지하수가 증발할 때 열을 빼앗아 얼음이 언다고도 한다.

이곳 주변은 석빙고 속에 있는 것처럼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도 더운 줄 모르며, 이끼 낀 바위를 감싸고 흘러내리는 물에 손을 담그면 마치 얼음같이 차다.

한 여름의 시원함과 기암괴석의 절경이 뛰어나며 주변에 약수터와 인공폭포 빙벽이 있어 해마다 찾는 이가 늘고 있다.

빙벽 애호가들과 전문 산악인의 빙벽 훈련장으로 사용되며 매년 전국빙벽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최근에는 캠핑과 차박의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유명 약수터들의 고장

청송엔 유독 물과 관련한 전설이 많다.

부남면 중기리에는 재력과 명망을 고루 갖췄던 현부자집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멀리서도 손님이 찾아올 만큼 인망이 높았던 이 집안에 시집온 며느리가 고된 손님맞이를 피할 심산으로 뒷마당 천연지의 둑을 끊어버렸다.

이에 연못의 물이 모두 빠지더니 현부잣집을 찾아오던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뿐만 아니라 농사를 망치고 가세도 기울더니 결국 거지 신세가 돼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안덕면 명당리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먼 옛날 이곳에 시집온 지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남편이 병에 걸린 한 새댁이 남편의 쾌유를 빌며 천지신명께 치성을 드렸는데, 하루는 꿈에 뱀 한 마리가 나타나 뒷산 바위틈에 끼어 고통 받고 있으니 자신을 구해달라고 했다.

이에 뒷산에 올라보니 과연 바위틈에 낀 뱀이 있어 구해주자 뱀은 하늘로 승천하고 그 자리엔 우물이 생겼다고 한다.

이처럼 청송 사람들에게 물은 집안의 마을과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소중한 자원이었다.

청송엔 여러 물길이 시작되고 교차하며 땅과 사람들의 목마름을 해결했고 풍광을 자아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처럼 청송에선 물이 귀하게 대접받고 있으니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달기약수다.

달기약수의 역사는 조선 철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벼슬을 버리고 낙향했던 권성하라는 인물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수로 공사를 하던 중 바위틈에서 물이 솟아나오는 곳을 발견했다.

샘물을 떠서 맛을 보니 톡 쏘면서도 끝이 개운했다. 한 번 더 마시니 탄산 때문에 트림이 나오면서 더부룩했던 속도 편안해졌다.

그는 이 샘물을 약수로 개발해 위장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마시게 했고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봤다.

지금도 주왕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꼭 한 번 들러 갈 만큼 유명한 달기약수는 한 겨울에도 샘물이 얼지 않고 사계절 약수의 양이 일정한 신비로운 물이다.

철분이 다량 함유돼 신경통과 위장병에도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때문인지 일대엔 약수로 지은 밥과 닭백숙이 별미로 통한다.

하루 이용자가 300여 명에 달하는 신촌약수터도 위장병,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전해지며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이곳에는 약수를 이용한 닭백숙뿐만 아니라 닭불고기, 닭날개 요리 등도 별미다.

▲ 주산지는 국내 단풍 명소로도 유명하다. 주왕산에 울긋불긋 단풍이 진 모습.
▲ 주산지는 국내 단풍 명소로도 유명하다. 주왕산에 울긋불긋 단풍이 진 모습.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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