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1년여 만에 국내 양돈농가에서 다시 발생했다. 지난 8일과 10일 강원도 화천군 2개 농가에서 잇따라 ASF 감염이 확인됐다.

경북지역 양돈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ASF의 주 감염원으로 지목되는 야생 멧돼지가 강원도에서 남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북은 영주시, 봉화군, 울진군 등 3개 시군이 강원도와 접해 있다.

경북도는 강원도와 경기도 지역의 돼지 생축, 사료, 분뇨 등의 역내 유입 차단에 나섰다. 또 지역 703곳의 모든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거점 소독, 통제초소 운영에 들어갔다. 도축장 등 36개 축산 관련 시설에 대해서도 환경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ASF는 지난해 9월16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국내 최초로 발생했다. 이후 민통선 인접 지역에서 계속 확산하다가 23일 만인 10월9일 발생을 멈췄다. 이 기간 동안 국내에서 살처분된 돼지는 총 44만6천여 마리에 이른다. ASF는 전염성이 강한데다 아직 백신과 치료제도 없다.

방역 당국은 지난 1년간 휴전선 접경 17개 읍면에서 2만8천여 마리의 야생 멧돼지를 포획하고, 619㎞의 울타리를 설치해 멧돼지의 양돈농장 접근을 차단했다. 하지만 이번 감염은 방역 방어망이 뚫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단 벨트에 허점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ASF는 돼지에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급성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증상이 나타나면 고열에 시달리다가 1주일 이내 폐사한다. 확산되면 발생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 전체의 양돈 기반이 흔들리는 타격을 입게 된다.

이번 강원도 양돈농가에서 발생한 ASF는 정확한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말 그대로 ‘깜깜이 전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745차례에 걸쳐 야생 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지역 시군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ASF는 전염성이 강하다. 자칫 방심하는 순간 엄청난 속도로 확산한다. 올들어 처음 발생한 농가의 경우 불과 250m 떨어진 곳에서 야생 멧돼지 감염폐사체가 발견돼 당국이 수매를 통한 도태를 제안했으나 농장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ASF 방역에 조금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주는 사례다.

정부와 지자체는 예찰, 이동 통제, 농장 소독, 살처분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 ASF 확산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ASF가 매년 발생하는 풍토병이 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