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려상 수상자 박채현
▲ 장려상 수상자 박채현
고갯마루를 넘어올 때 코를 간질이던 밤꽃향은 어디로 갔지? 고개를 갸웃거렸지요. 밤이 많아 한밤이라 불리는 마을에 이제는 밤나무보다 호두나무가 많았습니다. 밤꽃 피는 계절에 호두는 이미 알알이 열매를 달고 있었지요. 아무려면 어떤가요. 한밤마을의 자랑거리는 밤이나 호두가 아닌 돌담인걸요.

돌담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둥근 돌 곁에 모난 돌, 큰 돌 사이에 작은 돌이, 서로 받쳐주고, 들어주며 단단히 어깨를 겯고 있었습니다.

모난 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둥근 돌을 떠받치기 억울하지 않니?”

큰 돌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큰 돌 노는 곳에 작은 돌이 끼다니. 주제를 모르는 거 아니야?”

돌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한밤마을 옛돌담길 따라 발밤발밤 걷다 보니 돌담이 나직이 답했습니다.

“잘나도 돌, 못나도 돌, 커도 돌, 작아도 돌이야. 혼자 담을 이룰 수 있겠니?”

돌담이 아름다운 이유를 그제야 알았습니다.

한밤마을 돌담 가에 지금쯤 코스모스가 어우러져 한들거리겠습니다.

△2019 울진스토리텔링문화공모전 단편소설부문 우수상

△아름누리스토리텔링연구소 대표

△도서출판 글품쟁이 대표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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