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
▲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올 한 해도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기업들은 이 맘 때 즈음이면 한 해 실적 정리와 내년도 사업계획을 작성하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올해처럼 코로나19라는 특이한 리크스가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일 때에는 단기는 물론이고 중기에 이르는 계획들을 여러 시나리오로 나누어 작성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 너무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뉴스란 뉴스는 온통 나쁜 소식(bad news)만 전하다시피 해서 애써 낙관적인 계획을 세워보려 해도 경영진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비관적인 계획만 제시하면 그것은 또 그대로 질타의 대상이 된다. 도대체가 좋은 소식을 전하는 뉴스(good new)는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저 궁금하고 속이 타 들어 갈 지경이다.

제발 누군가가 나타나서 전사 차원에서는 물론이요 대외적으로도 이해관계자들의 컨센서스(consensus)를 이끌어낼 수 있을 만한 계획을 제시해 줬으면 하고 은연 중에 바라기도 하지만 그것은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사업계획은 만들어야만 하고 이 난국을 큰 피해없이 헤쳐 나갈 지혜와 위기 후 성장을 위한 혜안을 제시해야만 하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이번 위기의 특성과 가장 핵심적인 영향만 특정해봐도 사업계획 수립 작업은 훨씬 간단해질 수 있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우선 코로나19가 미증유의 위기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기존 위기와는 전혀 다른 대응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생존,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위한 기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된다. 다시 말해 어느 때보다 재무건전성을 높여 변화무쌍한 경영환경에 신속하고 일관성 있는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미국 달러화가 됐든 원화가 됐든 무조건 현금 확보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 다음은 상황별 시나리오에 맞춰 사업계획을 구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V자형 급반등 가능성이 낮은 산업군에 속한다면 코로나19 재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실적이 변동하는 지금과 같은 W자형이나 혹은 L자형으로 장기 침체될 가능성이 높은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경쟁사의 상황도 벤치마킹하여 시나리오별로 분석하고 사업계획에 반영한다면 시장 경쟁 우위를 확보해 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한편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코로나19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바로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한 기술혁신의 중요성이 재부상했다는 점도 사업계획에 반드시 고려돼야 할 점이다.

예를 들면 코로나 퇴치를 위한 검사 키트나 백신 및 관련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은 물론 수요자와 공급자 간 비대면 형태의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이른바 언택트(untact) 마케팅과 관련 기술 및 산업의 부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어서 기술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및 확보 노력은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의 쌀이라 불리는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제품 개발이나 영업 활동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되지 못한 채 기업 내에 묻혀 잠자고 있는 데이터인 다크 데이터의 발굴과 이를 새로운 부가가치의 원천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이 또한 사업계획에 반영될 재료다.

이외에도 사업전략 수립을 눈 앞에 둔 기업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점들이 산더미 같이 많을 수 있다. 특히 나쁜 뉴스만 들려오는 지금은 오로지 나쁜 뉴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피하기에 급급한 사업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나쁜 뉴스라고 다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을 바라보는 눈썰미의 차이가 좋고 나쁨을 가를 뿐이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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