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유지로 요양병원 면회 금지…어르신 쓸쓸하게 명절 보내||귀성객, 고

올 추석은 코로나19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명절로 남게됐다.



코로나 감염 위험 탓에 많은 시민들이 고향을 찾지 못했고 가까운 곳에 있어도 가족들을 보지 못한 이들도 많다.



성묘도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은 가족도 만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야속한 말이 돼버렸다.



▲ 지난 3일 대구의 한 요양병원 휴게실에서 한 어르신이 쓸쓸하게 TV를 시청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코로나19 여파로 면회가 전면 금지됐다.
▲ 지난 3일 대구의 한 요양병원 휴게실에서 한 어르신이 쓸쓸하게 TV를 시청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코로나19 여파로 면회가 전면 금지됐다.


◆요양병원 어르신의 쓸쓸한 명절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A(76)씨의 이번 추석은 더없이 쓸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유지된 탓에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지난 8월23일부터 면회 금지가 유지되고 있다. 가족들에게 가끔 전화하는 게 전부. 명절 기간 내내 스마트폰에 저장된 가족사진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10년째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B(79)씨는 최근 들어 신문과 방송을 보지 않는다. 시사에 관심이 많아 뉴스 보기가 취미였지만 가족들의 만남을 가로막은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듣고 싶지 않아 좋아하던 신문 읽기도 중단했다.



B씨는 “가족들과 전화로 안부를 묻고 바로바로 필요한 물건들을 받고 있지만 허전한 것은 사실”이라며 “코로나19가 종식돼 하루빨리 손자 재롱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상황이 이렇자 명절 기간 지역 내 요양병원에는 답답함을 토로하는 자녀들의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죄송스럽지만 안전을 위해 코로나19가 해소되는 날까지 가족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화상 통화나 가족들이 보내준 음식들을 전달하는 등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 1일 오후 2시께 청도새마을휴게소(부산방향) 건물 안 식당. 실내 취식이 금지돼 의자들이 치워져 있다. 내부에서는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었으나 이용객이 거의 없었다.
▲ 지난 1일 오후 2시께 청도새마을휴게소(부산방향) 건물 안 식당. 실내 취식이 금지돼 의자들이 치워져 있다. 내부에서는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었으나 이용객이 거의 없었다.


◆민족대이동에도 썰렁한 휴게소



고향을 찾아가는 민족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 명절의 또 다른 즐거움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리는 일이다.





이번 추석 연휴 5일동안 전국의 이동인원은 2천759만 명으로 추정된다.



민족대이동은 여전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고속도로 휴게소는 명절 분위기를 완전히 실종한 채 쓸쓸하고 냉랭한 모습으로 돌변했다.



지난 1일 오후 2시께 청도새마을휴게소(부산방향).



지난해 추석에는 차량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휴게소 진입 정체가 상당했으나 올해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귀성객들은 휴게소에 머물지 않고 화장실만 잠깐 다녀온 후 곧바로 휴게소를 떠났다. 함께 둘러앉아 웃고 떠들며 왁자지껄한 풍경은 완전히 사라졌다.



귀성길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식당에는 아예 앉을 수 없도록 자리를 테이프로 꽁꽁 차단했다. 휴게소 인기 음식인 통감자나 오징어를 판매하는 매장에도 손님들이 없어 썰렁할 정도였다.



대구·경북권 다른 고속도로 휴게소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고속도로 휴게소 한 관계자는 “명절 내내 주차장은 절반 가까이 비었다. 귀성객들이 실내는 물론 실외 매장도 이용하기 꺼려하면서 추석 기간 매출은 지난해 절반도 안된다”고 말했다.



◆성묘객 발길 뚝 끊긴 공원묘지



코로나19가 만든 추석은 조상들도 외롭게 만들었다.

사립 공원묘지의 경우 국립묘지 등과 같이 운영을 중단하지 않았지만 성묘객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오전 10시 경산의 한 공원묘지.



예년 추석 같았으면 공원묘지 입구부터 꽃을 파는 상인들과 성묘객들의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뤄야 했지만 올해는 한적했다.





성묘객들도 눈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었다. 간혹 성묫길에 오른 이들도 부부 또는 개인이 전부였다.



묘지 대부분에는 지난해 성묘객이 꽂아 놓은 꽃들이 빛바랜 채 놓여 있었다. 성묘객들이 다녀간 흔적도 없이 말끔했다.



공원묘지에서 만난 C(64)씨는 “아버지, 어머니를 뵈러 이곳에 온 지도 벌써 30년이 넘는데 올해는 굉장히 낯설다”며 “내년에는 이 같은 쓸쓸한 추석 풍경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권종민 수습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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