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연휴가 끝났다.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들이 다시 힘차게 움직인다. 민족 대이동이 있던 여느 때와는 달리 이번엔 민족 대 멈춤 운동이 벌어졌다. 팸플릿에 찍혀 입구마다 걸려있는 문구는 나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이 코로나에 걸려 힘겨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추석엔 ‘안 와도 된 데이(Day)’라는 글귀 너머 연로하신 고향의 어르신들 모습이 짠하게 어른거린다.

일찍 조상님께 차례를 모신 덕분에 여유 있게 나들이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도로는 정말 한산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음식을 내부에서 먹을 수 없고 테이크아웃만 된다고 하니 서 있는 차들조차 몇 대 없다. 정말 사람이 이렇게도 나다니지 않는 것인가? 멈추라고 하는 지시에 모두 집안에 머무르며 코로나19가 또 더 많이 생겨날까 봐 지켜보며 걱정하는 것일까? 일이 있어 몇 차례 시골집을 오가게 됐다. 그때 지나면서 바라본 시골의 집과 도로는 정말 적막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말을 잘 듣는 국민들이 또 있을까. 이렇게 한마음 한뜻이 돼 정부 시책에 협조하는 백성들, 모두에게 축복이 눈발처럼 내려오지 않으랴.

이번 추석은 나훈아를 시청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남녀노소 전 세대가 온통 나훈아로 들썩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화제다. 지난달 말,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 실황이 KBS2를 통해 방송됐다. 다시 보기가 없는 한 번뿐인 공연영상이라 아주 뜨거워져 전국 시청률 29%를 기록했다고 한다. 부산, 대구, 서울은 30%를 넘었다고 하니 과연 ‘나훈아’이지 않은가. 3일에는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 이 방영됐다. 실황 방송 뒷이야기와 공연 영상 하이라이트를 함께 엮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 스페셜 방송도 시청률 18.7%를 기록했다고 한다. 평소 TV를 시청하지 않는 우리 집에서도 긴 시간 텔레비전을 마주하고 빠져들었을 정도였으니. 중·노년층뿐 아니라 젊은 층의 관심까지 전 세대가 ‘나훈아’로 들썩인 연휴였던 모양이다.

데뷔 54년 만에 생애 처음 도전했던 비대면 콘서트를 마치고 밝힌 가황의 소회가 가슴에 와 닿았다. “코로나19 때문에 내가 가만히 있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라며 그는 콘서트 개최를 결심했다고 한다. 공연을 위해 지난 6월부터 제작진과 첫 기획 회의를 시작하며 대형 야외공연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동안 빽빽하게 적어간 노트의 기획안과 줄을 긋고 다시 고치고 색칠까지 해가며 멋진 야외공연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려고 꿈꾸었지만, 8월 중순 코로나19가 재확산됐지 않은가. 당초 기획한 거대한 배를 띄우고 시작하는 야외 대형 공연 개최는 불가능해졌다. 결국 KBS홀에서 무관중으로 공연을 여는 것으로 변경되어 사상 최초로 관객 없는 무대를 꾸미게 된 나훈아, 하지만 그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언택트 공연에서 “오늘 같은 공연을 처음 해본다. 공연을 하면서 눈도 보고 손도 잡아보고 해야 하는데 눈빛도 잘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한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가 가지 않은가.

가황 나훈아는 “예전에 군대 위문 공연을 하러 갔는데 비가 너무 와서 마이크도 안 됐고 비상등 하나 켰는데 사람은 다 찼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마이크, 음악도 없이 노래를 불렀다”며 “그런데 군인들이 더 재밌어 하더라, 그런 경험들이 있다 보니까 ‘코로나19, 이 보이지도 않는 이상한 것 때문에 절대 내가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타 하나, 피아노 하나 있으면 어때, 해야지!” 라고 말하던 그가 정말 멋진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한 말 중에 잊지 못할 구절이 있다. “나는 지치지 않고 했다, 끝까지 지치지 않고” 정말이지 이 어둡고 쓸쓸한 코로나 시대의 추석 명절에 그로 인해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그처럼 멋진 가수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도 참 복이 많은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무작정 직장의 기관장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이번 공모에도 도전한 줄 알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는 지인들이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내부에서도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것을 재차 상기하도록 해주는 것, 그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다고 생각하였다. 귀하게 여겨 추구하는 소중한 가치는 때때로 달라지지 않던가.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위해 사람은 때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받아들이고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하지 않으랴.

54년째 가수로 살아오면서 연습만이 살길이고 연습만이 특별한 것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던 가수 나훈아의 이야기가 가슴을 파고든다.

오늘도 소중히 여기는 일에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순간순간 열정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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