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의 희망 메시지, 감동의 국민 콘서트||권력과 돈에 구속받지 않는 예인이 준 위로

홍석봉 논설위원



닷새가 지났는데도 여운이 남는다. 국민 가슴을 후벼팠다. 지난달 30일 밤 방송된 한가위 특집 ‘나훈아’가 그랬다. 방송에 출연한 나훈아는 70대 중반의 나이를 무색케 했다. 독특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저었다. 시원시원한 가창력에 적당한 쇼맨십을 버무리고 중간중간에 날리는 그의 멘트는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단 1원도 받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는 국민에게 힘과 희망을 주고 싶다며 출연료도 포기했다. 대신에 광고를 넣지 말고 어떤 편집도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소신 발언을 했다. “우리는 지금 힘듭니다. 제가 살아오는 동안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라며 위정자를 꼬집는 사이다 발언을 했다.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 주었다. 큰 울림을 남겼다.

그는 “대한민국 5천 년 역사에서 위기가 왔을 때 왕이나 대통령은 항상 도망갔다. 그런 위기 속에서 나라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국민이었다. 유관순, 논개, 윤봉길, 안중근 모두 평범한 국민이었다”며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용기를 줬다.

-나훈아의 희망 메시지, 감동의 국민 콘서트

추석 전 날 밤 가황(歌皇), 나훈아는 국민 가슴 속 깊이 각인됐다. 그는 깨어 있었다. 실망만 주는 야당보다 큰 감동을 주었다. 정치인도 하지 못한 일을 한 가수가 해냈다.

나훈아는 몇 년 전 김정은이 한국 가수를 초청, 평양에 무대를 마련해 주었을 때 초청받고도 가지 않았다. 김정은이 남한에 나훈아를 특별히 요청했지만 그는 일정을 핑계로 평양 공연을 퇴짜 놓았다. 노무현 정부 때도 평양 공연이 잡혀 있었지만 나훈아는 공연을 취소했다. 북한 지시대로 움직이는 것을 거부했다. 소신과 카리스마의 가수다. 평양 공연은 사전 검열했다. 북한 지명이 나오는 노래는 금지했다고 한다. 나훈아는 이런 제재와 간섭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결코 권력에 굴하지 않았다.

기부도 화끈하다. 나훈아는 이번 공연에서 몇 십억 원의 출연료를 포기했다. 올해 3월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했던 대구에 3억 원을 익명 기부했다. SNS에서는 매스컴에서 대서특필한 문재인 대통령의 긴급재난 지원금 60만 원 기부와 비교했다.

KBS를 향해 "이것저것 눈치 안 보고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는 질책도 후련했다. 눈치 보지 않고 국민과 같이하는 방송이 되라는 말이었다. 돈을 받지 않을 테니 어떤 편집도 하지 말라는 그의 옹골찬 소신은 KBS에는 뼈아픈 지적이었을 터이다. 나훈아는 용기있는 예인이다. 군중에 영합하지 않는다. 권력과 돈에 구속받지 않는 당찬 시대의 풍운아다.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책상에 올라가 바지를 벗는 쇼킹한 모습으로 진정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식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장관보다 훨씬 큰 사람이다.

돈 앞에서도 당당했다. “나는 대중예술가요.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공연합니다.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표를 사세요.” 삼성이 이건희 회장 생일에 나훈아에게 노래해 달라고 불렀을 때 그가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권력과 돈에 구속받지 않는 예인이 준 위로

나훈아는 ‘테스(소크라테스) 형’이라는 신곡에서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며 세태를 꼬집었다. 한 대학교수는 “장안의 지가를 올린 자칭 지식인보다, 광대를 자처하는 한 예인(藝人)이 소크라테스에 훨씬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한다”고 나훈아의 품격을 높였다.

나훈아는 출연료 한 푼 받지 않고 2시간 반 동안 노래로 코로나에 지친 민심을 위로했다. 그러나 정부는 사흘 뒤 코로나를 이유로 표현의 자유까지 제한했다. 광화문 일대를 경찰차로 둘러싸는 치졸한 방법으로 집회를 막았다. 반면 이날 서울대공원에는 아무런 제지 없이 수천 대의 차량이 몰렸다. 나훈아의 ‘울긴 왜 울어’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는 한 인사의 ‘지금 대한민국은 꼭 울어야 할 시간’이라는 말이 귓속을 파고든다. 테스형 정말, 정말로 힘든 세상입니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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