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최근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대구경북통합의 첫 단추를 꿴 셈이다. 19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경북에서 분리된 이래 39년 만에 도로 합치자는 것이다. 경북에서 ‘직할시’로 분리됐을 당시 대구는 도시의 격이 높아진 양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정확히 잘 몰랐지만 직할시에 산다는 자부심만으로도 다들 신바람이 났다. 누군가 ‘대구시’라고 말하면 화까지 내며 즉시 ‘대구직할시’라고 정정해주곤 했다. 부산처럼 직할시가 됐으니 대구도 비약적으로 발전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던 차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대구광역시’로 개칭됐다. 그 후 대구의 시세는 쪼그라들어 인천에도 뒤지는 신세가 됐다. 이제 몸집을 불리는 길만이 살 길이라며 ‘같은 뿌리론’을 들고 나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럴 것 같긴 하다. 분리될 땐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대도시 시민은 촌민과 갈라서고 싶어 했다. 낙후된 농촌이 도시의 발목을 잡는다고 여기고 뛰는 놈만이라도 앞서가야 한다고 믿었다. 도시사람의 이기심을 여론이고 대세라며 다독이고 따라갔다. 마치 선심 쓰듯이 대도시를 떼어내 독립 시켜줬다. 해당 시민은 무작정 좋아했다. 한치 앞도 못 보는 어리석음이었다.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대구와 경북이 분리되었지만 오랫동안 경북도청을 위시해 경북의 주요기관 청사가 대구에 그대로 존치됐다. 행정이야 독립됐다지만 청사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고 공무원도 큰 변동이 없었다. 대구와 경북의 분리를 실감할 수 없었다. 그러던 것이 불과 4년 전에 경북도청이 현 위치로 옮겨갔다. 경북경찰청 등 경북의 주요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농협 등 공기업까지 연쇄적으로 줄줄이 이전해갔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은 비로소 대구와 경북이 딴 몸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가 둘로 쪼개져 남남이 되고 난 후 양쪽이 다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경북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도 고달파졌다. 출퇴근이 힘겹게 된 탓이다. 도청사가 북부에 치우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선지 ‘환동해지역본부’를 포항에 이전·설치했다. 이전성과가 신통찮다는 징후다. 경남 등 청사 이전에 실패한 지자체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구와 경북이 분리된 지 39년, 경북도청사가 이사 간 지 4년이다. 이제 다시 통합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을 보니 새삼 격세지감이 든다. 소위 지역의 대표적 리더라는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예지력과 비전에 대한 통찰력이 너무 한심하고 초라하다. 경북도청사라도 원래 자리에 있다면 대구시청 직원과 경북도청 직원만 통합하면 될 일이다. 당분간 중복적인 직책이 있겠지만 각자 기존에 하던 일을 하면 그만이다. 직무의 대상지역과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사직이 사라지겠지만 그 외 총원은 불변으로 추가적인 예산은 불필요하다.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베이비붐세대가 퇴직하면 자동적으로 다운사이징 될 가능성이 크다. 주민 간 갈등은 발생할 이유가 없다. 행정통합은 공무원의 문제일 뿐이다.

지금 와서 다시 거꾸로 되돌리자니 대구시청사와 경북도청사의 통합이 큰 걸림돌이다. 시청소재지와 도청소재지 인근 주민들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수밖에 없다. 양 지역의 주민들 간 갈등을 해결하는 일은 어쩌면 현실적으로 답이 없을 지도 모른다. 편이 갈리고 판이 확대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결국 경북도청사를 이전한 일이 가장 큰 실책으로 불거진다. 일을 저지르긴 쉽지만 원상복구는 어려운 법이다. 쪼개기는 수월하지만 다시 통합하기는 쉽지 않다. 역사를 돌아봐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쪼개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다시 통일하는 일은 오랜 세월이 걸리고 많은 희생이 따른다. 분단된 한반도를 통일하는 일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리더가 포퓰리즘에 영합하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하는 이유다.

사람과 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으로부터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자체의 몸피를 키워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각론으로 들어가서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관련 지역에서 파생되는 현실적 문제를 풀 수 있는 묘책을 찾아야 한다. 양쪽 공무원들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보장은 선결과제다. 이러한 디테일에 대한 섬세한 처방이 강구되지 않고 무작정 찬반투표로 결정하려 든다면 예측하지 못한 불행한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양쪽의 지역발전과 땅값변동에 대한 중립적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통합을 성사시키는 핵심 키일 것이다. 갈 길이 험하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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