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대구 산단 가동률 뚝.. 생활고에 직원들 공장 떠나 ||지속되는 경기 침체

▲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에 소재한 한 방직 공장의 모습.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폐업을 선언한 이곳의 모습은 널브러진 공장 물건들로 을씨년스럽다.
▲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에 소재한 한 방직 공장의 모습.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폐업을 선언한 이곳의 모습은 널브러진 공장 물건들로 을씨년스럽다.
24일 오전 11시.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 일대는 고요한 적막감이 흘렀다.

예년 같으면 추석을 앞두고 기계 가동 소리로 요란해야 하지만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자리는 평소와 사뭇 달랐다.

길가에 주차된 화물트럭만 뜸하게 보일 뿐 분주해야 할 물류 차량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동하면서 살펴본 공단은 한 곳 걸러 한 공장씩 가동을 멈춘 모습이다.

적막감 속에 직원 1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업체를 찾았다. 공장 내부에는 쌓여 있는 잔재물과 빈 상자들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방직공장인 이곳에서 만난 이모씨는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내수시장이 주력인 이 업체는 3~6월 발주량이 10%대까지 떨어졌다. 직원을 줄이고 무급 휴가까지 진행했지만 재정난을 견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지난 6월 가동을 멈춘 후 도산 위기까지 몰리자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

그는 “곧 추석인데 공장 문을 닫게 돼 열심히 일해 준 직원들에게 미안할 뿐이다”며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 인원 감축도 불가피했고 기업 대출도 막힌 상황에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 염색산업단지의 올해 2분기(4~6월) 공장 가동률은 46.7%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75.3%보다 28.6%나 줄었다.



▲ 대구 서구 성서산업단지에 소재한 한 인쇄출판업체의 모습. 이곳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하며 직원 수를 75% 이상 감축했다.
▲ 대구 서구 성서산업단지에 소재한 한 인쇄출판업체의 모습. 이곳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하며 직원 수를 75% 이상 감축했다.
같은 날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는 최근 주 3일 공장 가동으로 업무 시간을 축소했다. 부품 창고 안에 가득 쌓여야 할 물품들도 평소의 절반 정도 수준이었고 관리할 직원조차 없었다.

입구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지게차만이 공장 상황을 가늠하게 했다.

이 업체의 지난달 생산량은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외국에 납품할 수출 물량이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한 탓이다. 잔업도 중단한 지 벌써 수개월째.

직원들은 지속된 경기 침체에 회사 출근마저 걱정할 처지다.

성서공단에 위치한 인쇄출판업체의 사정은 더 심각했다. 3월까지만 해도 직원수가 16명인 이 업체에는 현재 4명만 남았다.

6개월 만에 직원 수의 75%가 회사를 떠났다.

교대 근무로 근무 시간이 짧아지자 직원들이 생활고를 호소하며 공장을 그만둔 것. 공장 기계 3대 중 2대가 휴업 상태였고 생산 물품을 쌓아 놓아야 할 팰릿(pallet)도 덩그러니 방치돼 있었다.

직원 김모씨는 “1년 전 이맘때는 밤을 새워 오프셋 인쇄기를 돌렸지만 지금은 거미줄만 쳐 있는 상태”라며 “인쇄출판 관련 업체들도 줄줄이 일감이 줄어 그나마 들여온 생산 발주도 진행하기 어려운 처지여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2분기(4~6월) 공장 가동률은 60.1%. 염색공단 보다 사정이 낫긴 했지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가동률이 9% 이상 떨어졌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권종민 수습기자 jmkwon@idaegu.com
김지수 수습기자 jisukim@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