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구도의 마음으로 지은 실타래 ‘선(禪) 한 선(線)’…을갤러리 차계남 개인전

다음달 10일까지, 반야심경 옮겨 쓴 한지 자르고 꼬아 삶과 죽음 표현

오랜 기간 동안 형식적 전형성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온 차계남 개인전이 다음달 10일까지 대구 남구 이천동 을갤러리에서 열린다. 차계남 Installation view
한지를 1센티미터 간격으로 자른다. 작가가 매일을 수양하듯 먹을 갈고 마음을 담아, 반야심경과 금강경 등의 경전을 쓰고 그림을 그린 수천 장의 한지다.

작가는 가늘게 자른 한지를 다시 한 줄 실에 얇게 꼬아 희고 검은 무늬를 품은 커다란 타래를 만든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한 올 한 올 꼬아낸 작가의 선은 수 백 수 천의 글과 점, 그리고 선을 그려 지나간 흔적과 흰 여백을 함께 품으며 작은 부피를 가진 ‘선’으로 형태가 전이된다.

작가는 그의 작업 재료인 선을 직접 만들고 동시에 글과 그림의 의미와 상징을 잘라내고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는 시도를 담는다.

본드와 풀을 배합해 만든 접착제를 캔버스 표면에 바르고 한지 가닥을 하나하나 붙여서 한 면을 완성하면 다시 풀을 발라 한지를 붙이는 작업을 반복한다. 작가는 “지난 40년간 주제로 했던 ‘시간성’을 한지로 표현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오랜 기간 동안 형식적 전형성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온 작가로 올해 대구미술관이 선정한 다티스트(DArtist)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차계남 작가의 개인전이 다음달 10일까지 대구 남구 이천동 을갤러리에서 열린다.

차계남 개인전이 다음달 10일까지 대구 남구 이천동 을갤러리에서 열린다. 차계남 Installation view
‘선(禪) 한 선(線)’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끊임없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발전, 확장해 나가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

그동안 전시장을 꽉 채운 묵직한 무게감의 작품으로 작가를 ‘크고, 검은 화면의 작가’로 이해 해 왔다.

그러나 을갤러리의 이번 전시는 크고 검은 화면에서 벗어나 그간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작가의 ‘선(線)’ 자체에 주목한다. 일본에서 섬유를 공부한 작가는 오직 그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의 근간이 되는 실을 만든다.

작가는 “서예와 사군자를 배우며 먹으로 반야심경을 쓰고 사군자를 치기 시작하며 쌓인 수많은 한지가 결국 선의 재료”라고 이야기한다.

한지와 먹이라는 재료를 만나면서 시작된 작가의 작업은 씨줄과 날줄을 짜 엮는 섬유예술과 다르게 화면에 실을 접착하는 기법을 도입했다.

그는 “진정한 의미로서의 섬유 예술로부터의 결별”이라고 했다.

한지를 꼬아 만든 실을 화면에 붙이는 행위로의 전환은 그가 이어왔던 작가 의식의 대대적인 전환과 동시에 이미 가득 가진 것을 버리고 스스로를 새로운 것으로 채우려는 치열한 구도의 자세가 담겨있다.

차계남 개인전이 다음달 10일까지 대구 남구 이천동 을갤러리에서 열린다. 차계남 Installation view
차계남이 잣는 실은 ‘선(禪) 한 선(線)’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작업실에서 온종일 종이를 잘라 실을 꼬아 만들고 또 화면에 반복해 붙이는 과정은 오랜 시간과 마음을 다해야만 하는 인고의 과정이다. 오랜 지긋함을 견뎌야 만날 수 있는 그의 작업 과정은 마치 고행과도 같은 노동의 결과물이다.

동시에 수직, 수평으로 이어진 선의 몸짓과 반복은 작가의 정신과 마음을 그대로 담은 하나의 수행의 산물이다.

수백수천 장의 화선지와 그것을 잘라 꼬아낸 한지 실타래가 가득 쌓여 깊은 먹 냄새가 가득한 작가의 작업실에서 ‘나는 오로지 이것 만드는 것 밖에 할 줄 모른다’라고 말하는 차계남의 말은 우리의 마음에 커다란 울림을 던져준다.

현재 차계남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미술관 아트뱅크, 부산시립미술관, 일본시가현립근대미술관, 오사카국립국제미술관, 헝가리 사비리아미술관, 미국필립스대학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소장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형식적 전형성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온 차계남 개인전이 다음달 10일까지 대구 남구 이천동 을갤러리에서 열린다. 차계남 Installation view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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