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륜차 매년 증가세, 교통법규 위반도 증가||안전 우려로 단속도 어려워, 배달문화 개

▲ 지난 19일 오후 8시께 대구 수성구 신매광장 앞 인도에서 한 배달 오토바이가 시민들 사이로 질주하고 있다.
▲ 지난 19일 오후 8시께 대구 수성구 신매광장 앞 인도에서 한 배달 오토바이가 시민들 사이로 질주하고 있다.






대구 전역에서 오토바이 무법질주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경찰의 단속은 속수무책이다. 시민들은 안전하게 길을 걸을 권리는 고사하고 생명의 위협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분위기 역시 길어지면서 배달 주문 급증에 따른 배달(퀵) 오토바이의 위험한 질주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토바이들은 횡단보도는 물론 인도까지 점령한 채 그야말로 질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단속과 처벌은 여전히 이들의 폭주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단속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오후 7시께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 사이로 4~5대의 오토바이 부대가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신호가 바뀜과 동시에 횡단보도 위를 굉음과 함께 질주했고, 놀란 시민들은 마주 오는 오토바이를 피하느라 옆 사람과 부딪치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같은 날 오후 4시 중구 서문시장 부근에서도 오토바이의 무법천지 운전으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붐빈 시장 통에도 아랑곳없이 오토바이들은 시민들 사이를 비집고 질주를 벌였다.



이 같은 상황을 뒤 늦게 본 한 시민은 비명과 함께 장바구니를 쏟으며 넘어지기도 했다.



이재현(33·수성구)씨는 “요즘 시내 전역에 오토바이가 부쩍 늘었다”며 “인도·차도를 넘나들며 곡예운전을 일삼는 오토바이들을 보고 있으면 머리털이 쭈뼛선다”고 우려했다.

대구지역 이륜차(오토바이)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2018년(13만137대)까지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던 대구의 이륜차 대수는 지난해 13만3천 대를 넘어섰고, 올해는 지난 8월31일 기준 13만6천 대를 돌파했다.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역시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2018년 6천40건에 불과했던 대구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적발 건수는 지난해 7천864건으로 약 23% 늘었고, 올해는 벌써 지난해의 세 배에 가까운 2만38건이 적발됐다.

실제 위반 건수는 최소 수십 배에 달할 것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륜차는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 사고 치사율(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2.82로 전체 사고(1.81)보다 훨씬 높았다. 승용차 치사율(1.34)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다.



문제는 경찰의 적극적인 오토바이 단속이 녹록치 않다는 것.



이륜차의 경우 번호판이 뒤에 있다 보니 기계단속으로는 적발되지 않는다. 오토바이 운전자 대부분은 이미 이 같은 허점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또 사고의 위험으로 위반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



만약 적발되더라도 고작 벌점 부과에 범칙금 정도이며, 이마저도 다른 교통수단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이륜차의 경우 도주라도 하게 되면 안전 우려로 추격이 사실상 어렵다”며 “최근 고성능 캠코더와 암행순찰차를 통한 단속이 효과를 보고 있다. 인도와 횡단보도 침범 등은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김세연 교수는 “배달 거리, 교통 현황 등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배달 운전자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최소안전배달시간보장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관리당국 또한 보다 세밀한 이륜차 교통사고 자료의 축적과 데이터화로 맞춤형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2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좁은 시장 통 사이를 비집고 배달 오토바이가 달리는 모습.
▲ 2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좁은 시장 통 사이를 비집고 배달 오토바이가 달리는 모습.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권종민 수습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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