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캣 포도 재배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청년농부 ||도시청년의 야심 찬 농촌 이직,
하지만 농사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귀농 역시 도시에서의 다른 직장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준비과정도 길고 준비할 일도 많다.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도 높다.
◆귀농이 아니라 이직
정 대표가 귀농한 것은 스물일곱의 청년시절이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서울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밤샘작업은 일상이었고 해외출장도 잦았다. 해외출장은 시차적응이 어려웠다.
다만 현장 경험이 부족했다. 하지만 둘이 힘을 모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어머니도 온갖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봐왔기에 쉽게 동의했다. 어디로 갈 것인가를 의논하다가 고향인 울산과 가까운 영천으로 2013년 귀농했다.
◆포도를 만나다.
귀농 후 가장 먼저 맞닥뜨린 문제는 작목 선택이었다. 농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그저 막막했지만 정석을 따랐다.
2018년에 샤인머스캣 50상자(100㎏)를 친구가 근무하는 회사에 시식용으로 보냈다.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해 400상자 주문으로 이어졌다. 품질과 입소문을 연계한 마케팅 성과였다.
◆친환경재배에 한 발짝 가까이
포도를 재배하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토양검정이었다. 땅과 작물의 특성을 알아야만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샤인머스캣은 어떤 포도인가
정 대표는 샤인머스캣과 거봉 포도를 재배한다. 주력 품종은 샤인머스캣이다. 최근 가장 핫한 품종이다. 일본에서 육종한 청포도의 일종이다. 식감이 아삭하고 당도가 18~20브릭스로 높다. 단맛과 함께 달콤하고 상큼한 향이 있어 망고포도로도 불린다.
◆든든한 후원자
“든든한 후원자 덕분에 농장에 가면 힘이 납니다.”
그 후원자는 아버지와 아내다. 아버지는 정 대표를 농촌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함께 귀농해 포도 과수원을 만들고 키웠다. 농업기관 출신이라 농업에 대한 마인드가 남달라 지금까지 귀농 가이드 역할을 했다. 올 들어 농장경영에서 물러났다.
아내인 박지연(31)씨도 열성 후원자다. 또 장인과 장모님도 현재 누구보다도 정 대표를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있다.
지금은 농장에서 일하는 것도 즐겁고, 푸른 들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고 한다. 특히 식단이 인스턴트식품 위주에서 자연식단으로 바뀌면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한다.
“남들이 농촌으로 시집간다고 걱정했지만 제게는 그것이 행복으로 다가왔다”면서 “이 기분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알찬 농장을 만들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역사회에 작은 보탬 되고 싶어
정 대표는 자신이 농촌에서 어렵지 않게 정착한 것은 이웃들의 도움 덕분이었다고 강조한다. 이제는 자신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또 부인인 지연씨도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특기를 살려 지역에 기여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상담을 통해 농촌지역에 내재된 세대 간 갈등과 다문화 정착, 농작업 스트레스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모두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드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서다.
열정을 가진 청년농부의 모습을 볼 때 같은 세대의 농촌 진출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촌이 청년들의 새로운 일자리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