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코로나19가 한창인데 의사들이 파업을 했다. 의사증원,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함이다. 국민들이 처음에는 파업을 고깝게 여겼다.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고 코로나 재확산으로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거나, 새 의과대학을 증설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추천하면 새로 만든 공공의대에 입학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모두 분노했다. 어렵사리 의대에 입학해서 10년 이상 밤잠 못자고 공부만 하며 왔는데 누구는 무임승차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다. 더구나 코로나 방역과 치료에 함께 땀 흘린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치기하는 데 할 말을 잃었다. 아무튼 원점 재논의와 파업 중단으로 봉합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일본도 코로나 확진자가 1천 명이 넘더니 다소 잠잠해 지는 듯하다. 방역에 가장 큰 장애물은 늦은 검사 탓이다. 검사소를 늘리고, 속도를 높이면 되지만, 일본인의 의식과 관습으로 쉽지 않다. 백내장 수술은 한일 양국 모두 쉽게 여긴다. 한국의 안과는 당일 수술 후 1~2시간 정도 휴식을 취했다가 귀가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일본은 2~3일이 걸리는데, 입원해 검사를 마친 다음 수술을 하고 경과를 지켜본 뒤 퇴원을 한다. 수술이 대부분 탈 없이 이뤄지므로 한국은 이상이 있는 경우만 챙겨보자는 생각이고 일본은 그래도 매뉴얼대로 하자는 주의다.

코로나로 명예가 실추됐지만 일본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1987년부터 5명이나 수상했다. 노벨 물리학, 화학상까지 합치면 수상자가 22명이다. 그 배경은 속도가 늦더라도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어떤 수술이라도 같은 잣대로 행하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얻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도 진행될 수 있다.

우리는 정부도 통계를 편리한대로 골라 사용한다. 부동산 급등을 잡겠다던 국토부 장관은 정부가 공인한 한국감정원 통계를 기준으로 3년 간 11% 밖에 안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공시지가를 책정할 때는 한국감정원이 아닌 KB은행의 매매가를 사용한다. 경제부총리도 마찬가지다. 임대차 3법을 만들었는데 여전히 전세가격이 낮아지질 않자, 지금까지는 신규 전세계약만 포함했는데, 앞으로는 기존 전세의 연장 계약까지 포함시키겠다고 한다. 대체로 연장 계약은 인상률이 높지 않았고, 앞으로 5% 이내로 제한한다니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잣대를 입맛대로 바꾸면 통계로서 가치도 떨어지고, 신뢰도 얻기 힘들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광산업도 통계에 아쉬움이 있다. 통계는 마케팅 전략수립에 필수적이다. 우리는 국경선이 뚜렷해 공·해항을 통해 출입하는 국제관광 통계를 빠르고 정확하게 도출해낸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설문에 의한 추정치를 사용하거나 숙박객 통계를 별도로 산출해서 활용한다. 또 관광업계는 코로나로 국제관광 대신에 국내관광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 그런데 국내관광 통계도 설문 조사나 지역별로 지정된 관광지의 방문자 수를 근거로 만들어진다. 나라 전체 추세를 분석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지역에서는 늘 아쉬워 하며 활용한다. 성이 덜 찬 곳은 연구기관에 의뢰해 별도의 통계를 갖기도 한다. 자연 지역마다 통계가 들쭉날쭉해진다.

그런데 요즈음 관광객 통계에 빅데이터를 많이 활용한다. 온라인여행사나 예약사이트는 고객이 가거나 가려는 지역, 도시별 통계를 발표한다. 스카이스캐너, 부킹닷컴의 발표 덕분에 대구가 대만인과 일본인이 가장 가고 싶은 떠오르는 관광지로 등장했음이 증명됐다. 한편 한국관광공사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내외 관광객의 통계를 도출하고, 이를 각 지자체에 제공할 계획이라 한다. 첨단 과학에 의한 동일한 통계를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마케팅을 펼쳐야 위기에 빠진 관광산업을 하루빨리 구할 수 있다.

잣대는 항상 같아야 한다. 입맛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같은 잣대라면 어려움도 참고 받아들이지만 다른 잣대로 얻은 특혜나 결과는 수용되기 어렵다. 투명하고 정확한 잣대로 국난도 슬기롭게 극복하고 노벨상도 받아보자.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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