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모든 정책은 시차를 두고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는 명시적인 통계 또는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반영돼 나타나기 마련이다. 다만 경제주체의 심리는 개별 주체들의 성향이나 기대 등에 따라 사실과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에 모든 정책의 평가와 책임에 관한 판단기준은 주로 명시적으로 집계되는 통계를 바탕으로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정부 및 공공부문 등에서 발표되는 정부공식승인통계는 정책평가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통계가 보여주는 정책 영향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밝힘으로써 여론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이를 두고 통상 정책책임(political accountability)이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정부공식승인통계는 정치중립적이고 과학적이며 시계열 및 장기추세 분석이 가능하도록 가능한 통계의 단절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세심한 배려와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통계를 둘러싸고 재연되고 있는 논쟁들을 살펴보면 바로 이런 원칙들이 훼손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고용통계를 두고 첨예한 논쟁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부동산이나 가계소득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부동산 통계 관련 논쟁을 살펴보자. 얼마 전 정부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의 보완조치로 전월세 전환율을 인하하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신규거래만 집계해 오던 전세통계 방식을 갱신계약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곧 바로 정책실기를 눈가림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임대차3법 하에서는 신규 임대료가 얼마나 오르든 기존계약 갱신 시 임대료는 제한받기 때문에 양자를 별도로 발표하지 않는 한 전세가격은 실제보다 낮게 집계돼 시장에 알려질 수 밖에 없다.

가계소득 관련 통계도 마찬가지다. 당국은 지난 분기 2인 이상 전국 가구의 명목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발표했으나 시장에서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은 모두 줄었는데 그나마 긴급재난지원금이나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이전소득이 늘어서 나타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강했다. 이마저도 통계집계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물론 시계열 및 장기추세에 대한 분석도 불가능해져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도 애매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래서는 정책책임을 물을래야 물을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정책의사결정은 물론이고 시장의 기대조차 바람직한 방향으로 형성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봐야겠다.

찰스 다윈은 그와 그의 저서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1859년)’에 쏟아진 당대 학자들의 너무 이론적이라는 맹렬한 비판을 전한 그의 친구 헨리 포셋에게 사실과 이론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적어 보냈다고 한다. ‘‘약 30년 전에 지질학자들 사이에서는 관찰만 해야지 이론화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무척 우세했었네. 나는 그 당시에 ‘이런 지경이라면 그냥 채석장 안에서 돌멩이 개수나 세고, 색깔이 어떻다더라 하고 말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네. 관찰된 사실이 어떤 특정한 관점의 증거가 되는지, 아니면 반증이 되는지에 대해 몰라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관찰이 나름대로의 유용성과 의미를 가져야 한다면 말일세”라고 말이다.

그렇다. 관찰된 사실의 결과를 집계한 통계가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책의 배경에 깔려 있는 특정 관점이나 이론 혹은 가설을 입증하거나 반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정책 평가뿐 아니라 책임도 물을 수 있고 보다 바람직한 정책의사결정도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관찰된 사실, 즉 통계가 보여주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은 유혹과 거기에 넘어가는 나약함을 주의해야지 통계에 잘잘못을 따져서는 답이 없는 것이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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