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섭 부국장
▲ 이홍섭 부국장
최근 ‘나라가 네꺼냐’라는 문구가 한동안 화제가 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한 적 있다.

광고 카피분야는 문외한 인 내가 생각해도 올해 최고 수훈감의 구호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이 말은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를 대변해주고 있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여러모로 불편했던 속이 이 한마디로 인해 조금은 해소됐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코로나 2차 확산사태’ ‘서울 집값, 맹탕인 부동산 정책’을 거론하며 “도대체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되려고 이러느냐?”고 묻는다.

속시원하게 해 줄 말이 없어 나도 답답하다. “조만간 좋아질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정도로 넘어간다.

요즘 정치와 국정 돌아가는 것을 보면 답답함을 넘어 울화가 치밀 때가 많다.

문제가 터질때마다 정부는 물론 여야 정당들도 한결같이 네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8·15 광화문 집회의 허가문제를 둘러싼 여야공방을 비롯, 정부 여당은 최근 핫이슈가 되고 있는 서울집값 문제 등 부동산 사태는 부동산 3법(2014년) 탓, 라임사태는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준 박근혜 탓, 홍수문제는 4대강 탓 등 한결같이 야당 탓, 전 정권 탓으로 돌린다.

책임지려는 태도는 찾아볼 수 없고 검찰 탓, 언론 탓 등으로 덮어씌우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나와 코드가 맞지않는 사람도 만나고, 상대방이 도무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때 상대방과 입장바꿔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입장을 바꿔본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욕하거나 험담을 하는 일만은 줄일 수 있다.

한때 경북청년회의소 회원들이 연간 구호를 ‘내탓이오!’로 했다. 당시 이 시대를 이끌어갈 차세대 청년지도자들의 구호로 참으로 이상적이란 생각을 한적이 있다.

사실 내탓이오! 운동은 천주교 교인들의 참회운동의 일환이 아닌가?

1990년대 고 김수환 추기경이 ‘남탓만 하지말고 자기를 먼저 돌아보라’는 의미에서 시작한 구호다.

이 운동은 세상 사람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현실의 잘못된 원인을 나한테서부터 찾아보자는 정신운동이었고, 가톨릭을 넘어 각계로 번져 나갔다.

정치판과 국정농단으로 혼란한 대한민국에서 누군가 먼저 ‘내탓이오!’를 고백한다면 아마 세상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코로나 재확산, 집값문제 등으로 답답해진 일상에 가슴이 시원한 두가지 소식이 있다.

지난달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진인(塵人) 조은산 이라는 사람이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시무 7조’다.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제 당파와 제 이익만 챙겨 병마와 세금으로 핍박받고 있는 백성들의 고통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청원인은 “소인이 피를 토하고 뇌수를 뿌리는 심정으로 7조를 주청해 올리오니 부디 굽어 살피시어 달라"며 7가지 조언을 남겼다.

요약하면 △1조 세금을 감하시옵소서 △2조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시옵소서 △3조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4조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 △5조 신하를 가려 쓰시옵소서 △6조 헌법의 가치를 지키시옵소서 △7조 스스로 먼저 일신(一新)하시옵소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청원은 지난달 27일 오전까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검색으로 조회가 불가능해 청와대가 일부러 비공개 처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청와대가 그날 오후 공개로 전환하면서 하룻만인 지난달 28일 오후에 30만 명이 넘는 네티즌의 동의를 받았다.

또 하나.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 등 진보지식인 다섯명이 뭉쳐 ‘한 번도 경험해보기 못한 나라’라는 책을 냈다. 부제는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 나는가’다.

얼마전에 발간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속칭 조국백서)의 내용을 반박한 내용으로 현 정부 전반을 비판적으로 다뤄 ‘조국흑서’라고도 한다.

1주일 만에 초판 5천 부가 완판됐다. 그 후에도 대형서점들이 앞다퉈 주문을 해 1만 부를 추가로 인쇄하고 있다고 한다.

또 매진 되기 전에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야겠다.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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