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시교육청이 마련한 회복중심생활교육에 교감 연수자들이 강사와 함께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 대구시교육청이 마련한 회복중심생활교육에 교감 연수자들이 강사와 함께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여학생 10여 명이 얽힌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시작은 사춘기 여학생들 사이에 흔히 있을 수 있는 미묘한 갈등이었다. 갈등이 지속돼 학교폭력 처리 절차가 진행됐다. 이 후 당사자들은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심지어 양측 학부모 간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고소사건으로 비화됐다.

교사가 당사자 학생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이면 상대측 학생과 학부모는 특정 학생만 편애한다며 민원을 제기해 학급을 비롯한 학교 전체 분위기가 술렁거릴 정도였다.

학교와 관할교육지원청은 여러 차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었지만 만남을 거듭 할수록 오히려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쌓여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회복적 서클 프로세스가 적용됐다.

서클 프로세스 주관자는 우선 양측 학생과 학부모를 따로 만나 면담을 한다. 사전서클이다. 사전서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일이 본인들에게는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측을 만날 의향’이 있는 지에 대해 물어 본다.

양측이 만남을 약속하면 당사자 학생과 담임교사, 서클 진행자가 모여 본서클을 진행한다. 본서클에서는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자신의 감정’과 ‘스스로에게 중요했던 욕구’에 대해 경청하는 과정으로 진행되고 이후 ‘서로가 할 수 있는 약속’을 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서클의 마지막 단계는 회복적 사후서클로 본서클 이후 한달여 쯤 후에 ‘서로에게 했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가진다.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이 마련한 ‘관계회복지원단’의 대표적 활동들이다.

이 밖에도 시교육청은 위기 학급 공동체 복구를 위한 ‘회복교실’과 소진된 교사를 위한 ‘교사 돌봄 서클’, ‘찾아가는 회복중심생활교육 연수’, ‘학생 대상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과 ‘또래 조정자 교육’ 등 회복적 방식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회복적 서클에 신청한 민원은 25건으로 갈등 당사자 105명을 대상으로 49회가 진행됐다.

회복교실 프로그램 역시 24학급을 대상으로 39회를 운영해 성과를 내고 있다.

또 위기학급 담임교사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교사돌봄서클은 17회, 학교로 찾아가서 하는 회복중심생활교육 연수는 교사 1천556명을 대상으로 72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학교에서 생기는 갈등 사안에 대해 회복적 방식으로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평화로운 공동체를 구축하도록 돕는 ‘관계회복지원단’은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회복적 방식의 교육은 잘못된 행동으로 일어난 피해를 복구하는데 초점을 두고 문제 행동에 반응한다. 이는 피해를 끼친 학생으로 하여금 그 일을 통해 성찰과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기도 하지만,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요구를 해결하는데 일차적인 관심을 가지는 피해자 중심 접근 방법이다.

회복적 방식의 교육은 모든 사람들이 타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는 핵심적인 신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학교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존중과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교 전체의 노력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중심생활교육의 대응은 건강한 학교 풍토를 확고히 하는 데서 출발한다.

회복중심생활교육을 실천하면 이런 괴롭힘을 용인하지 않는 학교 풍토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고 예방적 효과를 갖는다.

학생들과 교사들 사이에 응집력과 신뢰가 강할수록 공동체 구성원들은 공동의 선을 위해 행동하려는 의지가 커지게 되고 이러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는 괴롭힘 행위가 좀처럼 발생하기 어렵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보상과 처벌을 기반으로 한 응보적 학교 시스템을 존중, 공감, 배려, 협력 관계를 추구하는 회복적 교육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며 “이를 위해 회복중심생활교육 보편화를 위한 교원 연수와 생활교육 전문학습공동체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문화 조성 지원을 위한 회복중심생활생활교육 지원센터 설립을 염두 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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