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밝힌 17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97명이었다. 전날 279명보다는 줄었지만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확진자는 745명에 달할 정도다. 해외유입 9명을 제외한 지역발생 확진자 중 서울은 89명, 경기 67명 등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156명이나 됐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 대부분 확진자들이 나오고 지난 3월 초 대구·경북 당시보다 확산 속도도 더 빠른 것으로 보여 방역당국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16일부터는 서울과 경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해 시행했다. 현재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정부도 대유행 초기 진입 단계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집단감염 여파로 대전, 춘천, 광주 등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광주에선 깜깜이 감염 때문에 682개 유흥업소를 열흘간 폐쇄시키기도 했다. 부산시도 17일 낮 12시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희미해진 코로나19 관련 경각심도 한 원인이겠다. 여름철 무더위에 마스크에 대한 관심도 또한 많이 줄어들었다. 휴가철이 겹치면서 거리두기 마저 약화된 탓도 있겠다. 한 두 달 사이 국내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면서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방역 등으로 피로감을 느낀 나머지 긴장의 끈이 다소 느슨해진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대구에서 40여 일 연속 코로나19 지역발생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던 지난주 대구공항을 이용해 제주도를 다녀왔다. 대구공항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있었지만 아쉬운 풍경도 있었다. 바로 거리두기였다. 수하물 접수 전용 카운터 앞과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에게 거리두기는 아예 없었다.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선 채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은 없는 듯 보였다.

제주도에 도착한 순간부터는 더 놀라웠다. 공항에선 간간이 마스크를 한 사람들이 보였지만 공항을 벗어난 순간부터 제주도 일대를 다니는 동안 마스크를 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며칠 사이 수도권에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로 현재의 분위기가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다). 코로나19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대구에선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대구에선 마스크를 하지 않고는 다니기가 눈치 보일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철저하게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상황 아닌가. 대구에서 한 달 이상 코로나19 지역발생 확진자 제로의 비결이 철저한 마스크하기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제주도 숙소 앞 편의점에선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편의점 바깥쪽 입구 현관문에 큼지막하게 ‘마스크없이 입장 불가’ 안내표지가 붙어있었다. 깜빡하고 그냥 내렸다가 다시 승용차로 돌아와 마스크를 하고 들어갔는데 종업원을 포함한 손님 어느 누구도 마스크를 한 사람은 없었다.

정부가 발표한 ‘생활 속의 거리두기’ 세부지침은 마스크 착용, 1m 이상 간격두기와 비대면, 온라인 활동이다. 이를 코로나19 대응책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어느새 우리들의 의식 속에서는 마스크쓰기와 거리두기마저도 멀어져가고만 있다.

대구에서도 지난 16일 44일 만에 코로나19 지역발생 확진자가 나왔다. 17일엔 서울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2명 포함 3명이 발생했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44일이나 확진자가 없다가 이제 겨우 한 명 발생했다고 안심하고 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고 했다. 이미 대구·경북민들에겐 지난 3월의 트라우마가 있다. 코로나19에 대비하는 자세는 솥뚜껑보고도 놀라야 마땅하다. 이젠 강박이 될 만큼 스스로가 철저한 위생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이미 가을 2차 대유행을 경고했다. 결국 사람 간 밀접 접촉이 계속되는 한 유행은 지속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제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일 만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매야 할 때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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