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1일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군위군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거부로 마지막까지 지역민들의 애를 태웠던 신공항 사업이 극적으로 성사된 데는 무엇보다 시·도민들의 유치 염원이 큰 힘이 됐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협상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은 불복과 협상, 중재안 마련, 그리고 재협상 등으로 숨 가쁘게 이어졌던 일련의 과정들에 있다.

어쨌든 통합신공항은 첫발을 내딛게 됐으며 대구·경북 또한 제대로 갖추진 국제공항을 앞마당에 지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 함께 진행될 공항 관련 시설물 건설과 연계 도로·철도망 등 인프라 구축 공사는 계획대로라면 직접 투자비만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돼 지역에서는 재도약의 전환점이 될 거란 기대가 크다.

요즘 대구·경북은 역대 최장 장마가 지나간 자리를 무더위가 꿰차고 있다. 자연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인가, 지역에서는 통합신공항 사업의 출발을 자축할 겨를도 없이 대구취수원 문제로 또 다른 지역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대구취수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중 수량이나 수질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가장 유력해 보이는 안이 지자체 간 갈등의 빌미가 되고 있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구미 해평취수장과 안동 임하댐의 물을 대구로 끌어와야 하는데, 구미시와 안동시가 이를 즉각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당장은 환경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지역민들에게 민감한 물관리 문제를 해당 지자체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부터 먼저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물론 환경부는 협력사업이나 지역 현안사업 추진 등으로 반대 주민들을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그동안 환경부의 매끄럽지 못했던 일 처리를 지켜봤던 지역민들로서는 미덥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정작 속이 타는 건 대구 시민들이다. 대구는 1991년 구미 페놀 사고를 시작으로 그동안 크고 작은 수질 사고로 고통을 겪으면서 안전한 먹는 물 확보가 숙원이었다. 그래서 현재 구미공단 하류에 있는 취수원을 상류 쪽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추진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환경부의 섣부른 제안이 나온 것이고 시민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반발하는 (해당 지자체) 주민들을 이해하고 설득해 그분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구체적인 협의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일이 잘 풀려나갈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흔히들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의 성취를 위해 분투해 나가는 삶은 개인이나 집단이나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삶의 한 형태라고 한다. 비록 그 과정은 고단하겠지만 힘든 만큼 그 이상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또 그 분투 과정의 열정은 그 자체로 현재의 에너지이자 또 다른 목표에 도전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지역에서 있었던 통합신공항이나 대구시청 신청사 사업은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추동력이 될 수 있는 성과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성공의 경험은 앞으로 집단 간의 유사한 갈등이나 충돌을 조정하고 풀어나가는 데 있어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 연말 있었던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지 결정은 그 결과도 물론 중요했지만 지역에서 처음 도입된 공론화라는 민주적 여론수렴 방식의 성과물이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됐다는 평가다.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외부 간섭없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현장실사와 투표를 통해 이전 장소를 스스로 결정한 것은, 당시 4개 기초자치단체가 경합을 벌인 대구시청 유치전을 큰 후유증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김태일 대구시신청사건립공론화위원장은 ‘중요한 정책의 결정 권한을 시민이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최고 수준의 민관 협치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일들을 풀어나가는 데 언제든 적용해 볼 만한 방식이다’고 했다. 난관에 봉착한 대구취수원 문제도 통합신공항이나 대구시신청사의 성공 경험을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해 그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