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때론 느리게 살아보자

김은경

주부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이 뽑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베스트 10’에는 자판기 컵 나오는 곳에 손을 넣고 기다리기, 화장실 들어가기 전에 지퍼 먼저 내리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닫힘 버튼 누르기 등 웃지 못할 사례가 있다.

지극히 사소한 일에도 매사 조급해하고 다그치는 것을 보면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의 생활 속에 굳어버린 습성이 돼버렸다.

우리 모두는 누구에겐가 쫓기듯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무한경쟁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푯대 없이 방황하고 있다.

초고속 성장과 치열한 속도경쟁 사회 속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불안과 스트레스가 연속된 삶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참된 안식과 평안은 잊은 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속도’만을 추구하는 삶 속에서 잠시만의 여유조차 느낄 틈 없이 살아가고 있다.

현대 사회를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순간적인 감정과 열정으로 일관하며 끝없이 방황하고 있는 군상들의 집합체’라고 정의한다면 무리한 표현일까.

파스칼이 팡세에서 ‘인간의 모든 불행은 고요한 방안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르는 것’이라고 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이젠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의 정의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생존하며, 무엇을 진정한 가치로 여기는지 잠잠히 숙고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치열하게 추구하고 있는 물질적인 풍요나 지위, 문명의 편리함을 잠시 떠나 자연에 순응하며 느림과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쳇바퀴 돌듯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때론 여행을 통해 천천히 걸으며 느긋하게 사색하고 나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은 재충전과 활력을 찾기 위해 더없이 좋은 방법이리라.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교회는 1882년 착공해 140여년이 지났지만, 현재도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도 이제는 ‘느림의 미학’을 찾아야 한다.

‘빠름’의 대척점에 서 있는 ‘느림’은 빠름이 대세인 이 시대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빠름’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진정한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림’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느리게 걷노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너무 작고 흔해 눈길이 가지 않던 이름 없는 꽃과 풀, 언제 거기 있었는지 존재조차 알 수 없던 것들.

흔히 ‘속도는 기계의 시간이며, 느림은 자연의 시간’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날로그적 느림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진정 풍요로운 사회가 아닐까. 때론 느리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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