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IT(정보기술) 강국’이란 미명에 사로잡혀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사려던 50대 이상 장·노년층이 집밖에도 나오지 못한 채 자녀들의 도움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속화하는 바람에 아날로그세대인 장·노년층의 부족한 디지털기기 활용능력이 ‘디지털 정보격차’(Digital Divide)로 노출된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퓨 리서치(Pew Research)가 지난해 세계 27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우리나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100%로 조사됐고 이 가운데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95%를 차지해 조사 대상 국가들 중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높았다. 27개 국가의 평균치보다 2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날 정도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18년 실시한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노년층의 디지털 접근성과 활용능력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디지털기기 보유실태와 인터넷 접속여부 등 디지털 접근성에서 살펴보면 일반 국민의 접근성을 100으로 볼 때 장·노년층의 접근 수준은 90.1로 꽤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 역량을 평가해 보면 장·노년층의 활용능력은 50.0에 머물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스마트폰으로 무선네트워크를 설정할 수 있는 장·노년층은 51%에 그쳤다. 필요한 스마트폰 앱을 설치한 뒤 이용할 수 있는 장·노년층은 39.7%, 컴퓨터로 문서나 자료를 작성할 수 있는 장·노년층은 19.5%에 불과했다.

인터넷쇼핑과 인터넷뱅킹에서는 장·노년층의 활용능력이 더욱 떨어진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모바일인터넷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의 인터넷쇼핑 이용률은 17.5%에 불과했다. 70대 이상은 11.2%만 인터넷쇼핑을 이용했다. 반면 전체 국민의 이용률은 62.0%였다.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세대 간에 더 차이가 났다. 30대는 93.3%가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지만, 60대의 이용률은 22.9%였다. 70대는 5.4%만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기기 활용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을 전자상거래 이용으로 보는 학자가 많다. 인터넷쇼핑이나 인터넷뱅킹을 포함하는 전자상거래는 인터넷에 접속하고, 본인이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거래를 할 수 있는 계정을 만들고, 결제방식을 이해하고,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인증절차를 거친 뒤 결제까지 마쳐야 전자상거래가 완성된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상황 속에서 집에 앉아서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어야지 디지털기기를 제대로 활용하는 셈이다.

정리하자면 장·노년층이 디지털기기를 다루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장·노년층 대부분은 스마트폰과 PC로 인터넷 검색을 할 줄 알고,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유튜브로 동영상도 즐겨 본다. 디지털기기로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그친 것이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 활용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대목이다. 더욱이 디지털 플랫폼 활용능력은 코로나19 사태로 조성된 언택트(비대면) 환경 속에서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시민역량인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정보격차 해소책은 ‘정보화교육’이란 이름으로 저소득층과 노년층 등 취약계층을 한 자리에 모아 디지털기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집합교육에 집중됐다. 디지털기기로 정보를 얻는 수준에 그쳤던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기기가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지금은 접근성만으로 정보격차를 해소했다고 할 수 없다. 이제는 디지털기기로 의사결정을 하고, 경제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젠 디지털기기 활용능력이 정보 취약계층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대두됐다.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사회·경제적으로 양극화가 더욱 심하게 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 때문에 정부가 최근 전 국민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발 벗고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서둘러야 할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교육이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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