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22.5%…뇌기증 1.1% 그쳐||대부분 국민, 뇌기증 제도·의미 몰라

지국현

논설실장

대구는 국내 뇌연구의 중심이다. 동구 신서혁신도시에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뇌연구원이 있다. 산하 한국뇌은행은 국내 뇌기증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전국 5개 거점 협력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동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부산백병원, 전남대병원, 강원대병원이 네트워크 참여 병원이다.

그러나 2014년 개소한 뇌은행은 고민이 많다. 뇌기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때문이다. 최근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대처가 세계적 과제로 등장했다. 조현병, 자폐증, 뇌전증 등도 과제에 포함된다. 모두 뇌연구를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할 대상이다.

‘사람의 뇌는 신이 만든 가장 좋은 성능의 컴퓨터’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아직 대부분이 미지의 세계다. 때문에 뇌 관련 질환의 예방과 치료는 쉽지 않다.

---장기기증 22.5%…뇌기증 1.1% 그쳐

뇌질환 대처는 관련 연구의 양이 늘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연구자들이 뇌를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하지만 특정 질환(뇌종양 등)을 제외하면 생체 조직을 떼내 연구할 수 없다. 당연히 숨진 사람의 뇌 부검진단과 연구가 중심이 된다. 그러나 연구에 이용할 뇌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뇌은행에 따르면 국내 뇌기증 실적은 최근 5년(2015~19년)간 119건이 전부다. 뇌사 추정자(5년간 1만1천59명)의 뇌기증 비율은 1.1%에 그친다. 신장, 안구 등 일반 장기 기증 22.5%에 비해 크게 저조하다.

우리나라 뇌과학 수준을 선진국과 비교하면 뇌질환은 70%, 뇌신호 연구는 65% 선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과 격차는 4.3년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 치매 연구는 매년 늘고 있다. 그러나 뇌조직을 활용한 연구는 극히 미흡하다. 연평균(2014~18년) 5건에 불과하다.

1985년 설립된 네덜란드 뇌은행은 유럽의 가장 성공적 모델이다. 약 4천500건의 전뇌(全腦)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67년 개소한 니가타대학 뇌연구소가 약 3천500건의 전뇌 조직과 2만 점의 생검 조직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연구가 활발할 수밖에 없다.

뇌연구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대 과학이 뇌와 정신에 대한 이해를 상당 수준 진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질문들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

연구는 부분 조직이 아닌 전뇌가 우선이다. 뇌질환 환자 또는 정상인의 포괄적이고 임상적, 병리학적 정보가 보존된 뇌가 있어야 한다. 기증된 뇌가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어떤 치료를 받아왔고, 어떤 상태로 진행돼 왔는지 등을 함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의 특성 때문에 무연고자의 뇌는 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연구가치도 없다고 한다.

뇌질환 극복은 뇌기증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기증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가족 시신의 훼손을 금기시하는 전통 관습이다. 뇌를 분리한다는 점 때문에 당사자가 기증 약속을 하고 타계해도 유족이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비돼 있지 않은 관련 법규정도 문제다. 뇌조직을 활용한 국내 연구는 관련 법규정 미비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 규정에 없는 뇌연구자원과 뇌은행에 대한 정의부터 확립하고, 연구를 위한 뇌조직 분양과 활용의 지원근거 등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대부분 국민, 뇌기증 제도·의미 몰라

뇌기증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2년 전 1천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뇌은행을 잘 모른다’는 응답이 79.2%에 달했다. 10명 중 8명이 뇌기증 제도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22일은 ‘세계 뇌의 날’이었다. 2014년 세계신경학협회가 뇌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뇌건강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관심권 밖이다.

뇌기증이 활성화 되지 않으면 금년부터 2028년까지 9년간 치매 원인과 진단, 예방치료기술 연구개발에 2천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한 정부계획의 실효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전문인력 양성과 동시에 뇌기증과 뇌연구 관련 시스템 정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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