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속보) 상화시인상 놓고 지역 문학계 ‘권력 카르텔’ , 수상자 선정에 강한 영향력 행사 의혹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 필요

상화시인상 올해 선정자를 두고 불거진 지역 문학계의 권력 카르텔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이상화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이미지
올해 상화시인상 수상작 선정을 두고 불거진 지역 문학계의 ‘권력 카르텔’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본보 7월30일 1면)

35년 역사의 상화시인상이 지역 문인들 사이에서는 ‘동네문학상’, ‘아는 사람 주는 상’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들린다.

제척대상 인물이 심사위원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는 올해 상화문학상 선정자 결정과 관련해 지역문학계에서는 첫 단계인 운영위원회를 소집하지 않고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기 때문에 수상자 선정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올해 수상자의 시집이 심사위원 중 한사람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발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지역 문학계에 따르면 올해 상화시인상 수상자 선정을 위한 운영위원회는 당초 4명으로 출발했다.

이상화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와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죽순문학회 대표 1명씩 참여했다.

사업회는 이들을 상대로 별도의 운영위원회를 열어 심사위원을 추천받아야하는데 이 과정은 무시됐다.

사업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4월에 질병관리법으로 모든 회합을 금지시켰기 때문에 운영위원회를 개최하는 게 불가능했다”며 “대신 심사위원을 각 단체에서 추천 받겠다는 공문을 보냈을 때 누구도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자고 직접 요구한 사람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4곳의 대표가 심사위원 1명씩을 추천하기로 하고, 문제의 출판사 대표를 포함한 서울 쪽 문인 2명과 지역 문인 2명 등 4명을 심사위원으로 선임했다.

문제는 수상자 최종 선정을 위한 모임이 열렸던 지난달 4일 불거졌다.

최종수상자를 선정하는 심사장에서 기존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4명 외에 제3의 인물이 심사위원으로 등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최종심사 과정을 지켜본 복수의 인사에 따르면 사업회 측에서 운영위원회를 거치거나 심사위원들에게 사전 통보나 협의도 없는 상태에서 뒤늦게 심사위원 1명을 더 넣었다는 것.

이해 못할 상황은 이후에도 계속 됐다. 사업회 측에서 추가로 선임했다는 심사위원은 건강문제로 이날 심사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이메일로 수상자 선정을 위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업회 측은 “심사위원은 당초부터 4명이 아니라 5명이다. 기존 심사위원들에게는 통지를 안했을 뿐”이라며 “추가로 선정된 심사위원은 이상화기념사업회 부회장 중 한사람이 추천한 인물로 4명이 선정된 다음 추가로 추천받은 사람”이라고 했다. 또 “코로나 때문에 올 수 없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마지막에 연락한 사람이 올 수 있다 해 추가로 넣은 것”이라고 했다.

또 “문제가 된 출판사 운영 심사위원도 추천 받았을 당시에는 수상자의 작품을 출간한 출판사인지 몰랐다”며 “나중에 다른 사람이 제척 대상인물이라고 알려왔을 때는 이미 도서 추천받는 단계로 심사가 많이 진전된 상태라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지역 문학계에서는 문학단체장이 심사위원을 추천하는 자체가 특정인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충분한 느슨한 운영방식인데 결국 이게 화를 불렀다는 입장이다.

문학계 한 인사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누가 추천권을 가졌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특정 단체 회장에게 청탁하거나 압력을 넣을 수 있는 구조”라며 “수상자가 발표되기 전까지 추천위원이 누군지, 심사위원이 누군지 몰라야 공정 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코로나때문에 운영위원회조차 소집 못할 정도면 올해 시인상을 취소했어야 했다”며 “상화시인상 선정의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대구시가 직접 상을 주관하던가 아니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사업회 측은 “제도 개선안을 시에 전달했다. 현재 단체장이 추천하는 제도는 없애고 인정받는 중진을 대상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 운영위원이 누군지 모르게 비밀 유지해 거기에 모든 심사권을 줄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상화시인상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과 관련해 대구시에서는 “이상화기념사업회측과 대구시인협회 등 지역 문학계 대표들과 만나 의견을 듣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상화시인상이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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