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석

대구지방기상청장

한여름으로 달려가고 있는 요즘, 여름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장마, 폭염, 열대야, 태풍 등이 있을 것이다.

봄철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여름철이 다가오면 우리나라 북동쪽에서부터 발달한 차고 습한 오호츠크해기단의 영향을 주로 받다가 점차 남쪽에서 발달하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기단이 북상하면서 여름으로 계절의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이 두 기단을 경계로 정체전선이 생기게 되는데 이 정체전선이 길게 띠를 형성하며 남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여러 날 동안 이어지는 비가 바로 전형적인 장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이러한 전형적인 장마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장마의 어원을 살펴보면 한자의 길 장(長)자와 많은 물을 뜻하는 우리 옛말(맣)이 합쳐진 것에서 유래됐다. 순우리말로 오란비라고도 한다. 장마라고 하면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남부지방은 6월23일부터 7월23~24일 이어지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대구지역은 장마기간 평균 강수량이 288.6㎜인데, 가장 적었던 해는 1973년에 37.6㎜(연강수량 864.4㎜ 대비 4.3%),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 587.1㎜(연강수량 1131.5㎜ 대비 51.9%)이다.

최근에는 정체전선의 영향만으로 오랜 시간 비가 내리기 보다는 국지성 호우의 성격을 자주 보이는데 두기단의 영향 뿐 아니라 다른 기상학적인 변수와 지형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부지역에는 집중호우의 영향을 받지만 다른 일부 지역으로는 덥고 습한 날씨만 이어져 장마라는 이름이 무색해 지는 경우도 잦다.

장마철에는 덥고 습윤한 성질을 가진 북태평양기단 가장자리를 따라 다량의 수증기가 남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되게 되는데 차고 습한 기단과 만나서 공기가 불안정해지고 불안정해진 공기는 많은 강수를 내릴 수 있는 기상학적인 조건이 된다.

또한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산악지형이 다양해서 지역적으로 공기의 불안정을 가중시키기 쉽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천둥‧번개와 강풍을 동반해 강하게 내리는 집중호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최근 호우특성을 살펴보면 시간당 강수량의 강도가 매우 커지는 경향이라 짧은 시간동안 국지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오는 형태로 바뀌면서 집중호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추세다.

여름철에는 많은 비와 무더위로 인해 우리의 몸과 마음 등 주변의 많은 것들이 영향을 받게 되고 크고 작은 피해들이 생겨난다. 장마철에는 일조시간이 줄어들고, 야외활동이 제한되고 습도로 인해 불쾌지수가 높아지면서 우울감이 더해지기도 한다. 또한, 여름철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식중독균의 번식도 활발해져 식중독의 위험도 높아지고, 각종 피부 질환의 발생도 증가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해 장시간 비가 이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져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비가 내리게 되면서 산사태, 낙석 사고, 하천 범람, 저지대 침수 등 여러 재난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해안가 저지대나 상습 침수구역에 대한 사전 대비 및 배수로 점검 등 주기적인 시설물 점검도 잊지 말아야한다.

장마가 끝나고 북태평양기단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일 최고기온이 30℃를 훌쩍 넘기는 무더위가 찾아오고, 밤사이(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도 겪는 등 본격적인 무더위인 폭염과 열대야가 시작된다.

폭염특보가 발표되면 온도가 높은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피하고, 물을 많이 마시며,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시에는 양산이나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또한 열대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내 온도가 중요한데, 선풍기나 에어컨 등으로 실내 온도를 22~25℃로 유지해야 한다. 타이머를 설정하고 틈틈이 환기시켜 냉방병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잠자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짧게 샤워를 해 몸을 식히고 피로를 풀어주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장마가 끝났다고 해서 많은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여 방심할 수 있는데 대기불안정으로 집중호우와 같이 많은 비가 올 수 있음으로 사전에 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올해 장마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장마가 지나면 곧 폭염과 열대야가 시작될 것이다. 폭염과 열대야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날씨누리(www.kma.go.kr), 날씨알리미 앱 등을 활용해 건강을 지키고, 큰 피해 없이 슬기로운 여름나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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