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집값 폭등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나온 집권당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뜬금없다’, ‘일석이조가 가능한 제안’이라는 등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서울 집값보다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메시지가 더 주목되는 게 사실이다. 비수도권도 수도권만치 발전해 젊은이들이 고향 가까운 곳에서도 좋은 일자리 잡아 결혼해 잘살 수 있게 되는 걸 지방 사람으로서 누가 마다하겠는가.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지방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여러 조건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수십 년 동안 누적된 사람, 기업의 수도권 집중과 그 여파라고도 할 수 있는 지방의 소멸 위기는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는 국가현안이 됐다. 또 정치 권력에 사람과 기업이 몰리는 한국적 현실은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그래서 행정수도 이전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렵더라도 그 상징성과 파급효과만을 놓고 보더라도 지방 살리기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정치권은 벌써 찬반이 갈리는 모습이다. 그 속뜻이야 2022년 대선을 포함해 각 진영의 이해득실 셈법에 있겠지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그 핵심이 국가균형발전에 놓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위헌 결정이 난 사안이다’, ‘집값 비판 여론을 딴 데로 돌리려는 발상이다’ 하는 주장은 오히려 지방에서는 정략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비판으로 읽힌다.

그래서 지방 살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지방정부의 노력에 호응하고, 또 지방분권, 지방자치의 완성이 결국 국가균형발전에 달려 있다는 원론적 시각에서라도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하루속히 나서 줄 것을 정치권에 주문한다.

대구시, 경북도를 포함해 비수도권 지방정부는 자체 노력만으로 활로를 찾기 어려운 게 실상이다. 올해부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전체 인구를 추월할 것이란 통계청 자료가 있고, 유가증권 코스닥 코넥스의 상장기업 2천300여 개사 가운데 70% 이상 기업의 본사가 수도권에 있다고 한다.

이런 데 어떻게 지방에 사람이 붙어 있을 거며, 또 무슨 수로 지방경제가 성장할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말로만 하는 국가균형발전은 더는 안 된다. 대신 좋은 일자리와 인프라를 어떻게 지방으로 분산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최근 경북과 충남·북의 10개 시·군 단체장들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촉구 공동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또 대구상의 등 비수도권 5개 지역 상의에서도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반대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지방의 경제인들은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에 집중된 양질의 일자리를 비수도권으로 분산시켜 지역 청년이 취업을 이유로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인 배려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확대 효과만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를 앞세우기에는 지방의 위기가 너무나 엄중하다. 오히려 그런 염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면 이참에 국회, 청와대 외에 더 많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해 봐야 할 것이다. 그것도 세종시에만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아예 출퇴근이 어려운 대구, 광주 등 전국에 분산 이전하는 것이 대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권영진 대구시장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대구로 옮겨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나, 민주당과 정부에서 행정수도 이전 제안에 이어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 계획을 밝힌 것이나 모두 그 방향성에서는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

병을 고치려면 그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 치료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발전으로 지방이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면 그 불균형을 바로 잡아주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일 것이고, 그렇다면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진영 싸움 때문에 뒷전으로 밀릴 일이 아닐 것이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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