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솔새와 소나무·자전거 타는 날

한 여름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은 그림 이야기 책. 흥미로운 이야깃거리 뿐 아니라 동심을 자극하는 재미난 그림은 아이들의 감성 발달에도 커다란 도움을 준다.

▲ 미움
▲ 미움
◆미움/조원희 글·그림/만만한책방/40쪽/1만2천 원

조원희 작가의 그림동화 ‘미움’이 출간됐다.

누군가를 몹시 미워하다가 잠이 든 적이 있다는 작가는 그게 누구였는지는 잊어버렸지만 괴로웠던 감정은 강렬하게 남아 그때의 마음을 그린 책이 ‘미움’이라고 소개한다.

어느 날 나는 한 아이로부터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라는 말을 듣는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이었다. 도대체 왜 그런지 말도 안 해주고 가버린 그 아이를 보며 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작가의 말처럼 누구를 미워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의 괴로웠던 감정은 오래 남는다. 그렇다면 감정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왜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그런 감정을 쉽게 멈출 수 없는 걸까?

이 책 ‘미움’에는 화가 잔뜩 난 싸움도 없고, 웃으며 하는 화해도 없다. 어느 날 ‘나’의 마음에 꽂힌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단 한마디로 시작된 미움이란 감정에 온 마음을 집중한다. 그리고 마음 아주 깊은 곳까지 들여다본다.

감정의 표현을 두 아이의 표정과 행동에 집중해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표현한 작가의 연출은 이 책이 던진 질문에 몰입하게 만든다.

온전히 미움에 집중하는 ‘나’와 그런 내가 미움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마음, 그리고 나의 미움의 대상이 돼 버린 그 아이의 표정만 봐도 답을 알 수 없는 둘의 감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 그 모든 것의 주인은 나라는 걸 보여 준다.

우리는 흔히 ‘미움’에 대한 감정을 부정으로 바라본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안 된다.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다.’ 이 말 속에는 ‘미워하는 마음은 안 좋은 거니까 하지 않는 게 좋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근데 정말 그럴까?

‘미움’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면 어떤 기분일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무엇일지, 미워하는 마음이 계속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움이란 감정을 고스란히 파고들며 미움에 대한 자신의 답을 찾아간다.

▲ 솔새와 소나무
▲ 솔새와 소나무
◆솔새와 소나무/임원호 지음/허구 그림/길벗어린이/40쪽/1만3천 원

‘솔새와 소나무’는 엄마를 잃어버린 작은 솔새 한 마리가 밤중에 잠잘 곳을 찾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동시인이자 동화 작가인 임원호씨의 작품이다.

이 책은 길 잃은 아기 새와 소나무의 따뜻한 우정이 운율감 가득한 아름다운 우리말로 강렬하면서도 섬세하게 숲과 나무들을 표현한 그림과 잘 어우러진 책이다.

이 책 ‘솔새와 소나무’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를 겪으며 활동했던 임원호 작가의 작품으로 생명의 소중함과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도 반짝이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동시인이자 동화작가의 작품답게 소리 내어 읽으면 읽을수록 운율감과 말맛이 살아나는 것이 특징으로 ‘쌀랑’, ‘어둑어둑 캄캄’, ‘으쓱으쓱’, ‘까딱까딱’ 등 의성어와 의태어는 물론 ‘공단’, ‘일없다’ 등 점점 잊히고 있는 우리말 표현까지 배울 수 있는 뜻 깊은 작품이다.

각박한 세상 속 따뜻하게 피어나는 우정으로 상징되는 솔새와 소나무의 이야기를 읽으며 동화를 통해 동심을 자극하고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했던 아름다운 우리 어린이 문학을 만난다.

이 책은 작고 여린 생명이 홀로 숲속에서 맞닥뜨리는 절망의 순간들을 질문과 대답이 반복되는 구조로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서글픈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솔새의 모습을 보여 주며 독자들로 하여금 솔새의 심정을 헤아리고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하게 한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당신의 품 안에다 자장자장 하룻밤만 재워 주세요”라는 솔새의 조심스럽고 정중한 부탁에 버드나무, 오동나무, 참나무는 “에이, 안 된다 안 돼. 지저분해서 일없다. 내 몸에다 응가나 해 놓으려고”라며 퇴박을 놓는다.

불안한 마음으로 가슴을 졸이며 찾아간 소나무에게서 “에구, 가엾어라. 어서 이리 들어온. 자장자장 하룻밤 내 재워 주마”라는 대답이 나오는 순간, 아이들은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잔잔한 감동과 희망을 느끼게 된다.

책을 읽으며 어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희망의 소중함과 작은 선함이 만들어 내는 큰 변화, 나아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했을 때 더욱 따뜻해지는 세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 자전거 타는 날
▲ 자전거 타는 날
◆자전거 타는 날/질 바움 지음/전혜영 옮김/소원나무/44쪽/1만3천 원

‘자전거 타는 날’은 자전거를 통해 꼬마 돼지와 할머니가 깊은 유대를 쌓아 가는 과정을 따스하게 그려낸 프랑스 동화작가 질 바움의 그림책이다.

꼬마 돼지가 무뚝뚝하고 무서운 할머니에게 두발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는 하루를 그린다.

어느날 꼬마 돼지가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것도 아주아주 엄하고 무서운 할머니가 선생님이다. 하지만 걱정만큼 자전거 타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가 자전거에 달린 보조 바퀴를 떼어 버렸다.

네발자전거를 배운 첫날, 두발자전거까지 타게 된 꼬마 돼지!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고, 방향을 틀다 나동그라지고….

그만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럴 수도 없다. 할머니는 포기하는 걸 원하지 않았거든.

잔뜩 풀이 죽은 모습으로 걸어가는 꼬마 돼지, 어디를 가길래 이렇게 기운이 없는 걸까? 바로 ‘할머니 집’이다.

꼬마 돼지의 할머니는 엄청 무서운 데다가, 할머니 말은 무조건 따라야 하거든. 신발은 항상 문 앞에서 깨끗하게 털어야 하고, 싫어하는 음식도 남김없이 먹어야해. 꼬마 돼지 눈에는 엄격한 할머니가 마치 커다란 산처럼 느껴졌다.

할머니는 꼬마 돼지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면서도 칭찬은 커녕 다그치기만 한다. 꼬마 돼지가 넘어지는 모습을 봐도 묵묵히 자전거를 일으킬 뿐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꼬마 돼지는 두발자전거를 타고 멋지게 나아간다.

꼬마 돼지의 할머니는 겉모습만 봤을 때 굉장히 무섭지만 사실 누구보다 꼬마 돼지를 많이 사랑하고 아낀다.

표현하는 방식이 무뚝뚝할 뿐. 아이가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에 뭐든지 다 먹어야 한다는 규칙을 세운 것이다. 꼬마 돼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할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아간다. 두발자전거를 타는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 자전거를 타는 법을 가르쳤다는 사실까지도.

얼굴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크게 느껴지던 할머니는 어느새 점점 작아지더니, 자전거를 타는 장면에선 정답게 눈을 마주할 만큼 작고 가깝게 느껴졌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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