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9일까지 열려

▲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재개관한 대구 봉산문화회관의 유리상자 두 번째 기획전시로 설치미술가 이인석의 작품전이 다음달 9일까지 열린다.
▲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재개관한 대구 봉산문화회관의 유리상자 두 번째 기획전시로 설치미술가 이인석의 작품전이 다음달 9일까지 열린다.
대구 봉산문화회관의 올해 유리상자 두 번째 기획전시는 설치미술가 이인석 작가의 작품 ‘내안의 나는…’이다.

세 개의 커다란 갈색 얼굴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공간 안에는 8㎜ 굵기의 섬유질 밧줄을 위로 촘촘하게 쌓아서 구현한 남자와 여자, 아이의 얼굴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서 침묵하고 있다.

얼굴 여기저기에 밧줄이 끊어져 상처처럼 훼손된 구멍이 있고, 얼굴을 구성하는 밧줄이 얼굴의 양 끝에서 절단돼 세 사람 얼굴 사이가 밧줄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특이하다.

이어져 있을 것 같은 밧줄이 끊어지고,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얼굴의 시선에서 기존의 결속이 해체돼 가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작가는 ‘끊어진 끈’을 통해 한 가족 구성원의 해체된 관계를 표현하고, 동시대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특히 이 작업은 관객과의 특별한 공감 장치를 숨겨두었다.

밤이 되고 유리상자 주변이 어두워지면 바닥에 반사된 인공조명의 빛 때문에 얼굴 뒷면의 윤곽이 더 잘 드러난다.

세 개의 얼굴을 형성하고 있는 밧줄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었다면 볼 수 없었을 장면, 즉 얼굴 뒷면의 음각이 양각으로 보이는 착시를 일으키며 관객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그 얼굴의 시선이 따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각자 자신의 시선으로 관객의 시선과 마주하며 자기만의 주장을 표현하는 것 같다는 게 봉산문화회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4면이 유리 벽면으로 이뤄져 유리벽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보는 독특한 관람방식을 고수하는 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 ‘유리상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전시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전시는 다음달 9일까지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진행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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