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수돗물의 깔다구 유충 파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덩달아 수돗물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대구 시민들은 수돗물 안전에 대해 그 어느 지역 주민들보다 민감하다. 몇 차례 수돗물 사고를 겪은 지역민들의 수돗물 안전에 대한 의식은 거의 트라우마 수준이다. 걸핏하면 터져 나오는 녹물과 낙동강 상류 지역 독극물 유출 사고는 대구 시민들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지난 9일 인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된 이후 서울과 부산, 경기도 등에서도 의심 사례 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대구시도 수돗물 긴급 점검에 들어가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최근 대구에서도 수돗물에 유충이 섞여 나온 것으로 의심된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조사 결과 모두 외부 유입된 이물질로 밝혀졌다. 그러면서 대구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쉬 가시지 않고 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돗물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샤워기와 수도꼭지에 사용할 필터를 구입하는 가정도 많다. 정수기를 사용하는 가정과 생수 판매량도 늘고 있다. 모두 먹는 물의 안전을 걱정한 때문이다.

대구는 5개 정수장에서 8개 구·군의 139개 동과 읍·면에 수돗물을 공급한다. 낙동강 물을 취수해 정수하는 문산·매곡정수장은 문제가 된 인천의 정수장과 같이 활성탄 여과지를 갖춰 고도정수처리를 한다. 나머지 3개 정수장은 표준 공정에 따라 처리한다. 그래도 안전 점검과 함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인천의 경우 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 날벌레가 알을 낳아 발생한 유충이 상수관로를 타고 각 가정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타 지역도 아파트 저수조와 가정집 물탱크 등에 날벌레가 유입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상수도본부는 대구는 인천과 정수처리 과정이 달라 같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페놀 사태 이후 정수처리시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대구상수도본부는 “대구는 염소보다 독한 오존 소독 작업을 두 차례 하고 활성탄 부유물을 씻어내는 세척작업 기간이 인천의 절반 정도로 짧기 때문에 이물질 유입 시 공정 과정에서 모두 걸러진다”며 안전하다고 했다.

대구시가 대구 수돗물은 고도 정수처리시설을 갖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먹는 물의 안전만큼 중요한 문제는 없다. 대구시는 시민 건강과 직결된 수돗물과 관련해서는 작은 방심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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