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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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논설위원

결국 집값이 문제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전국이 들끓고 있다. 3040이 주축이 된 한 온라인 카페는 “문재인에 속았다”며 ‘실검(실시간 검색) 챌린지’를 주도하고 있다.

한 온라인 카페 회원들은 거리로 나섰다. “일반 서민인 임대 사업자와 다주택자를 정부가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외쳤다. 정부가 투기 수요를 차단한다며 내놓은 ‘6·17 대책’과 ‘7·10 대책’ 등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정부를 맹성토했다. “규제 소급적용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여당의 핵심 인사는 한 TV 방송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그렇게 해도 (집값은) 안 떨어진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엉겁결에 본심을 털어놓아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큰 흠집을 냈다.

전국이 집값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 백약이 무효다. 문재인 정부는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별무소용이다. 세금폭탄으로 아파트값을 잡으려 하지만 벌써 연립주택과 오피스텔 등의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민들의 분노만 키우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약발이 안 받자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한다. 정부 여당 내에서도 ‘풀어야 된다, 안된다’로 논란이 많다. 그린벨트는 고인이 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며 지키려고 애쓴 보루였다.

정부가 온갖 대책을 쏟아내도 시장은 거꾸로 간다. 결국 공급이 문제지만 신도시 개발 사례에서 나타난 분양가 상한제, 분양가 공개 등 제도적 허점이 있는 민간아파트 공급은 투기세력만 배불렸다. 집값 앙등과 수도권 집중만 심화됐다.

수도권 집중의 폐해는 지방의 먹거리와 세수 부족이라는 역설로 나타난다. 세수가 부족한 지방정부가 공장 설립과 기업형 축산을 마구잡이로 허용, 대도시 주변 농촌지역은 공장과 소·돼지 농장이 없는 마을은 찾기 힘들다. 난개발로 청정 환경이 형편없이 망가졌다.

지방 소멸이 목전이다.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더디기만 하다. 반도체 공장 등 명분만 있으면 수도권 규제를 풀어 수도권 공룡의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정치논리에 휘둘려 그린벨트 풀겠다는 발상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집을 지으면 편의성만 높아져 서울 집중을 더욱 심화시킨다.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도 물 건너 간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면서 지방 소외 및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철저하게 지방을 배제한다. 그린벨트 해제는 수도권의 정주여건 개선으로 이어진다.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공화국 주민에게는 달디 단 사탕이지만 지방에는 독이다. 제조업 기반의 기업을 수도권으로 옮겨가도록 하는 달콤한 유혹이다. 결국 수도권 블랙홀만 넓혀놓는다.

-그린벨트 해제, 서울 집중 심화 부작용 커

서울 집값을 잡는 방법은 지방을 살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부동산 문제의 근원이 서울 집중, 수도권 과밀 현상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 지방 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대안이 될 것이다. 지방 거점 대학을 집중 지원해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에 고급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2002년 대구에서 시작된 지방분권 운동이 제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역대 정부와 여야 정당들도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다. 대통령과 정부의 실천의지가 약한 때문이다.

이제 어지간한 충격 요법으로는 먹히질 않는다. 서울이 살기 위해서는 집값을 잡아야 하지만 녹록지 않다. 지방은 지금 목숨이 간당간당 한다. 숨통 막혀 죽기 직전의 서울과 사람이 없어 소멸 직전의 농촌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 지방에 있다.

때맞춰 광주의 시민단체들이 서울의 집값 안정화 대책으로 검토 중인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도권 아파트 공급을 위주로 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며 지방 소멸을 앞당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는 서울 집값 잡으려다가 지방 다 죽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길은 지역균형발전뿐이다. 답은 지방에 있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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