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기상청장

지난해 유난히 많은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줘서일까? 유난히 올해 태풍 발생에 대한 질문들이 부쩍 늘었다. 장마가 끝나고 나면 태풍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지난해 겪었던 잦은 태풍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태풍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우리의 예측범위를 넘어선 발생 빈도와 강도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경제활동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여 태풍 이동속도가 점차 느려지면서, 더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7개 태풍 중에서 ‘다나스’, ‘프란시스코’는 한반도에 상륙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나머지 5개 태풍은 한반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변의 나라에도 태풍의 영향이 컸는데, 2019년 8월10일 중국 동남부 해안에는 태풍 ‘레끼마’(LEKIMA)가 상륙했다. 레끼마의 내습으로 인해 사망 및 실종자만 70여 명에 이르고, 이재민은 무려 1천300여 명에 이르렀다. 같은 해 10월 일본에서는 태풍 ‘하기비스’(HAGBIS)가 일본 동북지방을 강타하면서 1,000㎜가 넘는 호우로 인해 재방 붕괴, 주택침수 등이 발생, 인명 및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2019년이 인류역사상 두 번째로 기온이 높은 해였으며 가장 뜨거운 10년 중 9년이 2005년 이후에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의 농도가 점차 높아져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세계 최초로 이산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한 하와이 마우나로니섬 관측소에서는 5월 중 이산화탄소농도가 관측 이래로 가장 높았다. 이러한 요인으로 지구평균 지면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해수면 온도 및 대기의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집중호우, 태풍 등의 위험기상이 우리에게 닥칠 확률이 더욱 높아졌다. 이같은 변화에 맞춰 기상청도 태풍에 대한 정보생산 및 대응에 대한 체계를 개선했다.

첫 번째로는 ‘태풍 강도 등급’을 개선했다. 기상청은 태풍 중심의 최대풍속 세기에 따라 태풍 강도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2019년에는 강도 등급 중 가장 아래 등급인 강도 ‘약’을 ‘-’로 표기하는 것으로 변경했고, 올해부터는 가장 강한 강도 등급인 ‘초강력’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 10년간(2009~2018년) 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 중에서 태풍 중심이 최대풍속 194㎞/h(54㎧)인 ‘초강력’ 강도 등급에 해당하는 태풍도 10%를 자치하고 있다.

다음은 태풍 예측 진로 제공 기간을 확대하고 발표 횟수를 증가시켰다. 태풍으로 발달하기 전 단계인 열대저압부의 예측 진로 정보를 1일에서 5일로 확대했다. 이는 고위도에서 발생 또는 빠른 북상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에 대한 사전 방재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태풍 크기 정보를 개선해 제공한다. 기존의 태풍 크기 정보에서 ‘소형’ 태풍이라도 강한 태풍 크기 정보로 인해 태풍의 위험성을 오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크기로 분류하여 제공하는 것 대신에 태풍으로부터 실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강풍(15㎧ 이상)과 폭풍(25㎧ 이상) 예상 영역을 태풍 중심으로부터 표시해 제공한다.

기상청은 태풍예보 생산 및 전달체계 개편을 통해 태풍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태풍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야기되는 위험기상에 대한 연구 및 조사 수행을 통해 기상예측 능력 강화를 향상시켜 양질의 기상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가올 태풍에 대비해 개선된 태풍예보와 기상정보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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