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결혼식, 형식 대신 방역에 투자||마스크, 거리두기는 기본, 답례품 활성화도

▲ 지난 6월 대구 동구에서 열린 한 결혼식의 모습.
▲ 지난 6월 대구 동구에서 열린 한 결혼식의 모습.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확산한 ‘비대면 문화’는 결혼식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결혼식의 절차를 대폭 간소화 한 ‘스몰웨딩’이 유행하는가 하면, 아예 결혼식 자체를 치르지 않는 ‘노 웨딩’도 등장하는 등 ‘인륜지대사’로 불리던 결혼식 문화가 점점 축소·변형되는 분위기다.



13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혼인은 지난 5월 895건을 기록, 지난 4월 통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저인 601건을 기록한 후 점차 회복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2월부터 대부분의 예비 혼주들이 결혼식을 연기했지만, 예상과 달리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자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숙지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결혼식은 이전과 다른 형태의 신풍속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자녀 결혼식을 한 지역의 모 대학교수는 서울에서 양가 친인척 50여 명이 모여 작은 결혼식을 했다. 몇년 전 장남 결혼식도 작은 결혼식으로 치른 후 이번이 두 번째 작은결혼식이다.

그는 “작은 결혼식은 가족·친지들이 진심으로 신랑·신부를 축하·축복해주는 분위기여서 정말 좋다”며 “남에게 보여주기식의 거창한 결혼식이 아니라, 조용한 곳에서 가족들만의 오붓한 결혼식이 신랑신부에게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결혼식 규모를 대폭 간소화 하는 추세에다 초청대상도 대폭 줄여 전화나 문자 등으로 조심스럽게 전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결혼식장에서도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소독, 연락처 작성은 필수다. 마스크 착용도 기본이다. 손님은 물론 신랑·신부까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한다.



신부대기실 대신 ‘포토 월’이 새로 등장했다. 신부대기실에서의 밀접 접촉을 피하기 위해 신랑·신부가 나와서 함께 하객을 맞이하는 게 요즘 트렌드다.



식사대접 대신 활성화 되고있는 답례품 문화 역시 코로나 시대의 변화추세다. 기존 답례품이 간단한 선물을 챙겨주는 개념이었다면, 최근엔 감염 우려가 있는 뷔페 식사 대신, 건강식품과 상품권 등 실용적인 선물이 대세다.



축하객 수도 점점 줄어드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에는 결혼식장 뷔페 이용객 예약이 250~300명이 가장 많았지만, 최근은 100명 이하로 축소되고 있다는 것.



지난 주말 결혼식을 치른 곽혜정(33·동구)씨는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참석하지 못하는 하객에게 크게 서운한 마음이 들진 않는다”며 “오히려 코로나 와중에도 참석해 주신 하객 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방역 조치와 답례품 등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결혼식에 대한 인식 전환은 일명 ‘노 웨딩’까지 탄생시켰다. ‘노 웨딩’은 결혼식 없는 결혼으로 스냅 촬영이 스튜디오 촬영을 대신하고,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으로 진행되는 결혼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결혼식 날짜와 장소를 정하는 일이 큰 문제가 되어 버린 현 상황에다 결혼 당사자인 신랑·신부가 형식적인 결혼식은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변화가 정착되면서 변화바람이 불고 있다.



영남대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그동안 우리의 결혼식 문화는 지나치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경향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서양처럼 가족 중심의 건강한 결혼식 문화로의 변화를 모색해야 될 때”라고 조언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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