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부동산대책이 또 나왔다. 하도 많이 나와서 몇 번째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3주택 이상의 경우 취득세율 최고 12%, 종합부동산세율 최고 6%, 양도세율 최고 70%다.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을 소급해서 없애는 대책도 있다. 국민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고 세금폭탄을 터트린 꼴이다.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는 부총리는 숨길 게 많은 건지 부사, 형용사가 화려하다. 마스크를 한 주무장관의 눈엔 노기가 서려 있다. 이번에는 모조리 쓸어버리겠다는 전의마저 엿보인다. 정부 입장을 십분 이해하지만 즉흥적이고 감정적이다. 급할수록 돌아가고 감정이 돋칠수록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다주택공직자의 집 팔기 강요 역시 거칠다. 조폭집단 같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공직자라 하더라도 집을 팔라고 압박하는 방식은 맞지 않다. 개인의 자유의지를 최대한 존중할 필요가 있다.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보유를 금지하는 법을 만든다고 하니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임용할 때 검증해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사안이다. 재산등록제와 부동산실명제로 고위공직자의 주택보유현황은 유리알처럼 드러난다. 고위공직자 다주택 금지 입법은 보여주기 식 쇼에 불과하다. 능력 있는 사람을 고위공직자로 임용하는 법을 만들자는 것만큼이나 웃기는 일이다.

강남에서 살아보니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던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이 생각난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당연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욕을 먹은 이유는 그 자신이 강남에 사는 백억 대의 금수저였기 때문이다. 모두 강남에 살지도 못하고 살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강남 집값에 목매달 필요가 없지 않을까. 강남 집값은 강남에 살고 싶은 극소수의 사람의 문제다. 돈 많이 벌어 강남에 살아보겠다는 희망은 별론으로 한다면 서울 사는 사람도 굳이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 재산이나 소득 수준에 맞는 곳에 사는 것이 현명하다. 집만 그런 게 아니다. 의식주도 모두 다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기 형편에 맞는 선택을 일상화하면서 산다. 세상살이 천층만층 구만 층이다.

지방에 터 잡고 사는 사람은 강남 집값과 무관하다. 서울 갈 형편도 안 되지만 갈 생각도 전혀 없다. 그런데 지방 사람이 강남 집값 나아가 서울 집값으로 덤터기를 써, 대출제한에 세금폭탄까지 맞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지방 사람도 수도권 사람과 똑같은 국민이다. 코로나 역병으로 위기에 처한 어떤 기업이 부동산규제의 파편을 맞아 자금융통을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정부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생짜증이 난다. 있어서 오히려 깽판만 치는 정부가 정한 날짜만 되면 세금통지서는 잘도 보낸다.

코로나 재난을 기화로 빚까지 얻어 시중에 풀어놓은 돈이 이제 경제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는 달러화나 유로화, 엔화 등과 달리 기축통화가 아니다. 돈이 시중에 풀리는 만큼 통화량이 즉시 는다. 수십조의 재난지원자금이 부메랑이 되어 부동산시장, 증권시장, 외환시장, 귀금속시장을 돌며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소 값까지 상승행진이다. 재난지원자금의 부메랑이 아파트가격 폭등을 부추긴 감도 있다. 불황으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투기시장으로 몰리는 것은 정한 이치다. 그 와중에 가격오름세 여파가 생필품으로 번져 악성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삐 풀린 마스크가격이 벌써 67% 올라 전 국민의 기초생활비가 껑충 뛰었다. 4인 가족 기준 하루 1만 원이 없으면 집밖을 못나가는 상황이다. 서민에겐 강남 집값보다 마스크 값이 쌀값 다음으로 중요한 때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오기 전에 통화량 환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는 넓게 봐 부동산대책이기도 하다. 인구감소추세를 감안하면 현 부동산문제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다. 도시 변두리 아파트가 유령아파트로 전락할 날이 멀지 않았다. 수도권인구를 분산시키고 출생률을 향상시키는 원론적 정책에 역점을 둬야 한다. 부동산은 개별성이 매우 강해 각각의 부동산은 각기 다른 상품이다. 부동산정책엔 촘촘한 시장세분화 전략이 필연적이란 뜻이다.

부동산대책이 당장 발등의 불이라면 중심지 재개발·재건축 조건완화나 교통 결절점 용적률 상향조정 같은 혁신적 공급확대조치가 필요하다. 이 경우 ‘사전협상형 도시계획제’와 같은 민관공동개발이 효과적이다. 용적률 상향조정 등에 기인하는 공공 기여분이 적정 배분되는 협상조건이 관건이다. 사전협상으로 얻은 이익을 저개발지역 SOC에 투자함으로써 균형발전이 촉진되는 부수적 효과도 돋보이는 장점이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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